정부가 지주회사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200% 제한은 그대로 유지하되，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기존 개정안에서 모두 폐지하기로 했던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200% 제한 △비계열사 주식 5% 초과보유 제한 △지주회사 내 사모펀드(PEF)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조항을 지금처럼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개정안 가운데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 허용 △손자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 완화(현행100%→20%) △지주회사 전환 때 행위 제한 유예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공정위가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4월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 정무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는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SK증권을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지난해 6월 지주회사 전환 유예를 신청했다.

문제는 야당이 규제 완화의 핵심 조항인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로서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양보했지만 이번 개정안의 알맹이는 그대로 밀어붙인 셈이다.

민주당은 일반 지주회사에 대해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지 않되 지주회사 내에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는 중간지주회사를 만들어 금융자회사를 보유토록 하자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 느슨한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자칫하면 금융자회사에까지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금융감독기관의 통합감독을 받는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금융자회사를 간접 소유토록 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중간지주회사가 만들어질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중간지주회사는 출자가 무한정 가능해지고，이에 따른 경제력 집중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