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기 위하여

온 힘을 쏟아내기 위하여

한 겨울 물은 굳어 있던가.

봄 되어 위로 위로 일어서는 물을 보았다.

마른 흙을 헤치고

하늘로 하늘로 솟아 오르는 새 순

새벽 잠자리에서 참을 듯 참을 듯

벌떡 일어서는 사내의 새파아란

힘 줄 같이 위로 위로 뻗쳐,

아 터트리는 꽃 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라고

말하지 마라.

일어서지 않고 사는 삶이란

이 세상에 없다.

-오세영 '힘' 전문

물은 봄에 온 힘을 쏟아내기 위해 겨울엔 얼음으로 굳어 있다. 그 얼음이 녹으면서 새순이 기적처럼 돋아난다는 게 오세영 시인의 생각. 시학(詩學)은 과학보다 우월한 것 같다. 과학이 입증할 수 없는 난제를 내고, 그걸 기막히게 풀어내니 말이다. 밴쿠버에서 금메달 신화를 써가고 있는 모태범 이상화 등 신세대 스포츠스타들도 불과 얼마 전까진 얼음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새순보다 더 빠르고 역동적으로 솟아나는 그들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