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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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갓난아기에게 '아기 말'을 쓰는 게 좋을까요,어른 말을 쓰는 게 좋을까요?
미국의 아동 언어 전문가 로버타 미치닉 골린코프와 캐시 허시 파섹은 이번 주에 나온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교양인 펴냄)에서 만 3세가 되기까지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을 과학 실험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아기는 4개월만 돼도 이미 말귀를 알아듣고 '대화'를 즐깁니다. 옹알이할 때도 중간에 어른이 끼어들면 계속 소리를 마구 쏟아내지만,옹알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면 어른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말이 끝나고 나서 미소를 짓기도 한다는군요.
12~18개월이 되면 첫 단어를 말하는데 이때 아기는 실제로 말할 수 있는 낱말보다 훨씬 많은 낱말을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직 가정 아이는 한 시간에 긍정하는 말 32마디와 금지하는 말 5마디를 듣지만,하위계층은 긍정하는 말 5마디에 금지하는 말 11마디를 듣는다'는 통계에서는 듣는 말에 따라 장차의 표현력과 사고방식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말을 알아듣는다는 겁니다. 연구자들이 태아에게 스피커를 통해 계속 '바비,바비'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바비'라는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태아의 심박 수가 내려갔다가 똑같은 단어를 계속 들려주자 심박 수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 연구진은 '바비'를 '비바'로 살짝 바꾸었습니다. 그러자 이를 알아들었다는 듯이 태아의 심박 수가 내려갔다고 합니다. 태아에게 이렇게 작은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죠.아기들은 자궁 안에 있는 동안에도 언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아기들은 약간 혀가 짧은 듯이 하는 '아기 말'을 보통 말보다 더 잘 알아듣고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기말'이 어른 말보다 더 높은 톤이라 주의를 끌며 사람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담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만 3세까지의 언어 습득 방식과 환경에 따라 아이의 정신적 성장이 달라진다고 하니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과 함께 '세 살까지 배운 언어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속담도 나올 법합니다.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미국의 아동 언어 전문가 로버타 미치닉 골린코프와 캐시 허시 파섹은 이번 주에 나온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교양인 펴냄)에서 만 3세가 되기까지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을 과학 실험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아기는 4개월만 돼도 이미 말귀를 알아듣고 '대화'를 즐깁니다. 옹알이할 때도 중간에 어른이 끼어들면 계속 소리를 마구 쏟아내지만,옹알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면 어른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말이 끝나고 나서 미소를 짓기도 한다는군요.
12~18개월이 되면 첫 단어를 말하는데 이때 아기는 실제로 말할 수 있는 낱말보다 훨씬 많은 낱말을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직 가정 아이는 한 시간에 긍정하는 말 32마디와 금지하는 말 5마디를 듣지만,하위계층은 긍정하는 말 5마디에 금지하는 말 11마디를 듣는다'는 통계에서는 듣는 말에 따라 장차의 표현력과 사고방식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말을 알아듣는다는 겁니다. 연구자들이 태아에게 스피커를 통해 계속 '바비,바비'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바비'라는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태아의 심박 수가 내려갔다가 똑같은 단어를 계속 들려주자 심박 수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 연구진은 '바비'를 '비바'로 살짝 바꾸었습니다. 그러자 이를 알아들었다는 듯이 태아의 심박 수가 내려갔다고 합니다. 태아에게 이렇게 작은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죠.아기들은 자궁 안에 있는 동안에도 언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아기들은 약간 혀가 짧은 듯이 하는 '아기 말'을 보통 말보다 더 잘 알아듣고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기말'이 어른 말보다 더 높은 톤이라 주의를 끌며 사람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담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만 3세까지의 언어 습득 방식과 환경에 따라 아이의 정신적 성장이 달라진다고 하니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과 함께 '세 살까지 배운 언어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속담도 나올 법합니다.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