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역 인근 R어학원 강남지점.학부모 40~50여명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미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 입시설명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다. 한 학부모는 "이 학원이 요즘 매스컴에 계속 나오더라"며 "설명회 개최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받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SAT 문제지를 빼돌리다 경찰에 적발된 R어학원 지점들이 영업정지 상태에서도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영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R어학원 강남지점은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영업정지 상태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8일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SAT 전문인 R어학원은 대치 · 강남 · 압구정 3개 지점 중 2곳(대치 · 강남)이 현재 영업정지 상태다. 강남지점에서 근무하던 손모씨(39 · 일명 제프리 손)는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R어학원이 스타강사였던 손씨를 영입하기 위해 폭력과 납치 등을 벌인 사실도 나왔다.

이 정도라면 학원 측이 자숙해야 하지만 지점들의 실상은 다르다. 설명회에서 R어학원 측은 SAT 전문가 집단임을 강조하며 수강생들이 대부분 좋은 대학에 간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학부모들도 경찰 수사나 학력 위조 등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내 아이만 좋은 점수를 받으면 된다'는 눈치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40대 학부모는 "SAT 문제 유출 등에 대해 묻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이 학원이 잘 가르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