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노사갈등에 시달려온 프랑스계 자동차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스 코리아가 사업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경주에 본사를 둔 발레오전장 코리아는 19일 "노조의 끝없는 쟁의행위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해졌다"며 "다음 달 열릴 이사회에서 한국 철수를 공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분규로 본사의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노사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서 안건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코리아 지회는 경비직 5명에 대한 외주화를 막는다며 지난 5일 조합원 92.1%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이후 하루 10시간 근무에 종전의 70%만 생산하는 태업을 벌여왔다. 회사 측은 정상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16일부터 직장폐쇄로 맞서왔다.

이 회사의 종업원은 875명,노조 조합원은 621명이다. 현대자동차에 스타트 모터와 교류발전기 등 생산 부품의 70%를 납품하고 있다. 1986년 만도기계 경주공장으로 출범한 뒤 1999년 7월 프랑스 자동차부품 전문그룹 발레오가 지분 100%를 사들였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따른 경쟁력 상실과 적자 누적으로 고강도 비용절감 없이는 회생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경비직 조합원의 아웃소싱을 추진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태업했는데 사측이 직장폐쇄 등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레오전장 코리아는 2007년만 해도 3047억원 매출에 113억원의 영억이익을 냈지만,이듬 해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4월 경비와 식당,청소직 등 30여 명을 외주화하려다 노조가 4개월에 걸쳐 태업을 벌여 무위에 그쳤다. 작년 10월엔 노사갈등과 영업적자를 이유로 충남 천안 소재 발레오공조를 폐업하기도 했다.

사측은 지난 9일 노조의 잔업 · 특근 거부 및 태업 등을 이유로 정연재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지회장 등 노조 간부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재길/경주=하인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