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이용해 설 연휴를 보내고 돌아온 직장인들 사이에 최고의 화제는 귀성 · 귀경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교통정체가 극에 달했던 지난 15일 오전,LG디스플레이 연구원 L씨(37)는 고향인 충남 태안을 떠난 지 불과 3시간30분 만에 경기도 파주 집에 도착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오던 중 발안IC 부근에서 국도로 우회하라는 스마트폰 교통안내를 따른 것이 귀경 정체를 뚫어낸 비결이었다.

대한항공 운항기술 담당 임원 남석우 상무(52)는 요즘 마음놓고 외근을 나간다. 미국과 영국 지역의 레이더망을 이용해 항공기 위치를 추적해주는 플라잇 트렉스(flight trex),전 세계 공항의 기상정보,예보까지 알려주는 에어로 웨더(aero weather) 등 스마트폰 전용 프로그램 덕분에 해외 운항 및 공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호모 모빌리스(Homo Mobilis · 모바일 정보를 생활화한 현대인)'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의 결합 자체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폭주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맞춤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확산은 과거 휴대폰 등장에 따른 초기 모바일 혁명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호모 모빌리스들은 정보 습득이나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인적 관계를 형성하고 여가를 즐기는 데도 스마트폰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자체가 실생활을 중심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산업혁명 이후 현대적 생활양식에 가장 많은 변화를 몰고온 자동차 대중화와도 곧잘 비견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03학번 이동진씨는 수면 사이클에 맞춰 가장 쾌적한 시간에 벨을 울려주는 스마트폰 프로그램으로 눈을 뜬다. 스마트폰의 전자사전과 음성녹음 기능을 이용해 영어공부를 하고,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스마트폰의 맛집 추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는 "구입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이젠 스마트폰 없는 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행한 '스마트폰이 열어가는 미래' 보고서에서 새로운 모바일 시대의 특징을 △실시간(real-time) △무한확장(reach) △실제감(reality)의 3R로 요약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소통하며 확장된 현실(증강현실) 속에서 일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호모 모빌리스는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가 내놓은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2005)'과도 비슷하다. 아탈리는 정보기술(IT) 발달로 인류가 과거 유목민처럼 디지털 장비로 무장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고 놀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보력과 이동성을 갖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노마드가 호모 모빌리스로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김태훈/이상은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