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임직원들에게 최대 2주가량 주던 '리프레쉬(refresh) 휴가'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삼성은 주 5일 근무제가 공식 도입되기 전인 2004년부터 개인별 연월차에서 일정 일수를 빼는 방식으로 토요휴무제를 앞당겨 실시,임직원들의 전체 휴가일수가 크게 줄어들자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리프레쉬 휴가제를 만들었다. 일부 계열사는 '특별휴가''자기계발 휴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 관계자는 19일 "그룹 차원에서 리프레쉬 휴가제도를 폐지하라는 지침을 마련해 계열사에 내려보냈다"며 "올해 노사협상에서 회사별로 합의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월차휴가는 사용하지 않으면 금전으로 보상을 받지만 계열사별로 5~12일간 보장해 온 리프레쉬 휴가는 쓰지 않아도 보상이 없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는 계열사별로 적극적으로 리프레쉬 휴가를 쓰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직원들이 여름,겨울 휴가 대부분은 리프레쉬 휴가를 활용하고 연월차휴가는 수당으로 받아가 당초 특별휴가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고 판단해 없애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월차휴가가 임금보전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장기휴가를 쓰기 어려운 현장 생산직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연월차휴가를 쓰지 않아 삼성 계열사들이 직원들에게 금전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매년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주변에서는 또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대체공휴일 관련 법안이 통과됐을 때 안게 될 부담을 미리 덜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정공휴일이 일요일일 경우 다음날을 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휴가일수가 급격히 늘어나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계열사들은 대책 마련 및 노사협의 준비에 들어갔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휴가 축소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별도의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합의가 안되면 내년으로 시행을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의 기업문화를 볼 때 그룹의 지침이 노사협의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특별휴가는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