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 →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 → 호모 모빌리스.'

디지털 기술의 보급으로 진화하고 있는 신(新)인류의 유형들이다. PC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그룹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가면,디지털 신인류의 출발점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N세대'였다. 1990년대 인터넷의 본격 확산으로 네티즌들이 특정 인터넷 카페에 모여 취미나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뉴스는 물론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 검색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이메일이 보편화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2000년대 들어 노트북 등 휴대용 디지털기기가 보편화되고 난 뒤에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신인류 개념이 나왔다. 세계적 지성 자크 아탈리는 과거 유목민들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들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명명했다. N세대보다 이동성이 훨씬 높아진 디지털 세대라는 의미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한발 더 나아가 이동 중에도 자유자재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휴대 기기로 스타벅스나 대학캠퍼스 등에서 무선 인터넷을 쓰는 모습이 일상화된 것.디지털 시대의 구루(현자)로 불리는 돈 탭스콧은 이런 신인류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성인이 되고서야 디지털 영토에 발을 내디딘 세대가 디지털 노마드라는 유목 세대라면 이들은 디지털 문화에 태생적으로 길들여졌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원주민으로 지칭됐다. 이전 디지털 세대들이 인터넷 시대의 수동적 수용자라면 디지털 네이티브는 적극적 창조자의 특성을 갖는다. 인터넷을 통해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트렌드를 창출한다. 소비 방식도 과거와는 판이하다. 광고를 접하되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품질 개선을 이끌고 불매운동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폰은 호모 모빌리스라는 신인류를 탄생시켰다. PC처럼 강력한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실시간 소통,정보 소통의 무한확장,공간제약 극복 등을 실현하고 있어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보력과 네트워크 파워를 가진 모바일 세대가 등장한 셈이다.

모바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 소통이 증가하면서 여론 형성 및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저변과 속도도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빨라지고 있다. 전철이나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은 이제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트위터 같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신세대들의 새로운 소통수단이 되고 있다. 호모 모빌리스들은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이란 시위사태를 CNN보다 앞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모바일 기술이 전 산업 분야에 접목되면서 미디어 자동차 교육 소매 의료 등 타산업의 혁신이 가속화되고 새로운 융합형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