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면서 채용 시장도 3개월가량의 해동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월 말부터 주요기업의 상반기 채용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 해 잔뜩 움츠렸던 기업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소폭 늘려잡고 있다. 하지만 예상 채용 인원은 예년 수준과 비교해 적다. 지난해 취업 재수생에 올해 졸업생까지 겹쳐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채용 시장은 어떤 특징을 띨까. 유망 업종은 어디며 어떻게 효율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할까. 취업정보 업체 스카우트에서 취업 컨설팅을 맡고 있는 최현정 · 금두환 · 이동준 · 김희경 컨설턴트와의 대담을 통해 올해 채용시장을 알아본다.

◆올해 채용시장의 화두는

▼최현정 컨설턴트(이하 최)=올해 채용 시장은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작년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일자리 나누기 혹은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더라도 실제 취업 준비생이 체감하는 취업 한파는 여전할 것이다. 경제사정이 급격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채용시장 위축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두환 컨설턴트(이하 금)=대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정책 발표와 대내외적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채용을 소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채용 규모를 섣불리 늘리지 못할 전망이다. 고용이 경기를 후행하는 성격이 있는 데다 기업들이 경기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5%를 감안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는 20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동준 컨설턴트(이하 이)=30대 기업의 경우 작년보다 7.8% 늘어난 9239명을 채용할 예정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500대 기업을 놓고 보면 오히려 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해 왔다면 반가운 얘기겠지만 중견기업 등에 눈높이를 맞췄거나,대기업 채용에서 고배를 맛본 구직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 역시 채용은 활발하지만 경력직을 우대하는 곳이 많다 보니 대졸 구직자들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김희경 컨설턴트(이하 김)=최근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6.2%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5.6%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들도 대부분 지난해 수준의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보여 신규 채용 인원 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10년간 기대해 볼 업종과 어려움을 겪을 업종은

▼최=가장 기대되는 업종은 정보기술(IT) 분야다.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유통 서비스 업종도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공기업은 2010년까지 규모를 축소한다는 정책에 따라 신규 채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큰 타격을 입은 중공업 분야도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다.

▼김=그렇다. 공기업 및 준정부 기관은 2012년까지 정원을 감축하도록 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 때문에 취업이 상대적으로 힘들 것이다. 최근 채용 계획에 대한 조사에서도 매출 100대 기업 안의 공기업 7곳 중 2곳을 제외한 5곳이 '올해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금=올해 유망 채용 업종은 단연 건설이다. 4대강 사업의 수혜를 직 · 간접적으로 받아 2009년에 비해 약 30% 이상 채용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취업 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 분야 채용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섬유와 제지는 채용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일 예정이다. 식음료와 전기전자,기계철강,중공업,제약 등도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이달부터 국내 중대형 건설사와 외국계 기업이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기계와 철강 분야도 채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부문 경쟁 격화에 따른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금융 분야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3 · 4학년 대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김=취업 스터디를 권한다. 면접 스터디라면 여러 사람 앞에서 모의 면접을 통해 미리 연습이 되기 때문에 면접 공포증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고 평소 몰랐던 표정이나 말투의 단점도 고칠 수 있다. 공모전 관련 스터디라면 함께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하면서 조직에서의 팀웍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모전 수상뿐 아니라 실무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묻지마' 식으로 여러 곳을 찔러보는 입사지원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먼저 자신이 가진 역량과 스펙 정도를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대학이나 취업정보 업체 등이 실시하는 취업박람회에 참가해 무료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신문을 꾸준히 읽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문은 취업을 위한 교과서다.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슈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지방선거,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산업,국제회계 기준도입 등 다양한 이슈를 파악해 시사 상식을 늘리고 향후 취업 시장 전망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토익 점수보다는 실용적인 외국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우선시되고 있다. 학원과 도서관에서만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인턴이나 관련 아르바이트 등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상반기 공채는 어떻게 준비하나

▼김=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통 2월 말부터 시작해 4,5월에 정점을 이루다가 6월즈음부터 끝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관리다. 최근 몇 년 동안 자기가 희망하는 기업의 채용 시기를 살펴보고 그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에 대해서 미리 정리를 해 둬야 한다. 보통 구직자들은 공고가 뜨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고심하다가 마감일에 닥쳐서 급하게 제출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목표기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

정리=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