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시된 신규 펀드들이 비교적 좋은 운용 성과를 내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새내기 펀드 10개 중 8개가 운용을 개시한 이후 코스피200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출시된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116개 중 77.5%에 달하는 90개가 설정일 이후 수익률(18일 기준)에서 코스피200지수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말 이전 출시된 683개 펀드 중에서는 449개(65.7%)만 지난해 이후 수익률에서 코스피200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새내기 펀드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특히 올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펀드(-4.92%)들이 코스피200지수(-3.79%)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새내기 펀드들은 비교지수(벤치마크)보다 10%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거두고 있다.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A'는 지난해 11월9일 출시된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15.0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는 코스피200지수 수익률(3.35%)보다 11%포인트 이상 높은 성적이다. 이 같은 수익률 호조세에 힘입어 17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펀드 설정액도 불려가고 있다.

드림자산운용의 '드림밸류파인더1A'도 작년 10월27일 설정된 이후 9.04%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기간 2%가량 하락한 코스피200지수와 비교하면 11%포인트 가까운 초과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 두 펀드는 모두 가치주 투자를 지향하는 공통점이 있다. '드림밸류파인더1A'는 중소형주 중심의 가치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KB밸류포커스A'는 지수 전망을 배제한 채 독자적인 가치주 선정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최웅필 주식운용2팀장은 "현재 65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있으며 증시가 더 하락할 경우 저평가된 가치주 중심으로 종목 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대표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ING코리아국가대표1C'도 작년 10월14일 설정된 이후 8.49% 수익을 거둬,코스피지수를 8%포인트 앞지르고 있다.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펀드에서는 '동부바이오헬스케어1A'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이 펀드는 설정일 이후 7%대 수익률로 코스피200지수보다 13%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존 펀드들이 최근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는 데 비해 신규 펀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은 출시 시점에서 시장 흐름에 맞게 상품을 기획한 데다 운용 초기 운용사들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운용 성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너무 많은 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건 다소 무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펀드 운용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은 지나야 하며 3년은 돼야 경기사이클을 모두 경험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신규 펀드는 관심을 갖고 분산 투자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