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끓는 청춘의 온 신경은 이성을 향해 곤두서게 마련이다. 그리스(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기름)를 이용해 잘 봐주면 헬멧,못 봐주면 아톰을 연상케 하는 희한한 머리모양이 유행했던 수십년 전 미국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랑을 갈구하는 청춘의 속성과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언제 어디서나 공통분모다. 그러기에 소녀들의 '완소남'이 엘비스 프레슬리였고 모두 로큰롤에 열광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그리스'는 창작된 지 38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적이다.

'그리스'의 기본 축은 '매력남' 대니와 '순진녀' 샌디의 사랑이다. 두 고등학생은 여름방학에 해변에서 우연히 마주쳐 강하게 끌렸다. 샌디가 대니의 학교에 전학오게 되면서 재회한 둘은 대니의 말 실수로 관계가 어긋날 뻔한 위기국면을 맞기도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리스'는 젊은 활기가 펄펄 넘쳐나는 뮤지컬이다. 로큰롤 리듬에 맞춰 터져나오는 청춘의 기운은 무대를 꽉 채운다.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도 적재적소에 잘 배치됐다. 섬뜩할 정도로 느끼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는 밀어를 주고받아도 젊은 연인들은 사랑스럽다. 정말이지 젊다는 건,사랑할 수 있다는 건 참 좋구나 싶다. '섬머 나이츠(Summer Nights)' 등 귀에 익은 뮤지컬 넘버는 더할나위 없이 흥겹다. 2월28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3만~6만원.1544-1555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