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기업에 다니는 K부사장을 만났다. 정보기술(IT) 계열 대기업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올해 초 이직을 하면서 퇴직금으로 8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퇴직금을 장기적으로,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원했다. 퇴직금이기 때문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길 원했다.

나는 K부사장에게 IRA를 추천했다. 하지만 그는 IRA가 어떤 상품인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IRA는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의 약자로 우리말로 옮기면 '개인형퇴직연금'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일반화된 상품이지만 우리나라엔 2005년 12월에 도입됐다. 간단히 말해 퇴직이나 이직시 받는 퇴직금을 넣어 운용하고 쌓은 돈을 만 55세가 넘는 노후에 연금으로 받아 쓸 수 있도록 하는 금융상품이다.

K부사장에게 IRA를 권유한 것은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가장 큰 것이 세제혜택이다. IRA에 가입하면 퇴직소득세(약 3~8%)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자금운영의 모수(母數)가 커진다. 운용단계에서도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IRA에 가입해 발생되는 이자는 퇴직금에 해당돼 이자소득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추후 일시금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퇴직소득세 혹은 연금소득세를 내게 된다.

또 금융자산 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매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게 된다. 만약 퇴직금을 수령해 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이자를 받거나 부동산을 사서 임대료를 받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소득이 늘어나게 돼 자칫하면 추가로 소득세를 더 내게 된다. 그러나 IRA로 운용하는 기간 동안은 8억원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 대한 세금도 이연되는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금융소득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IRA는 퇴직금을 한꺼번에 쓰려고 하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퇴직금을 예금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맡겨놓으면 중도 해지가 자유로워 언제든 찾아 쓸 수 있지만 IRA는 일반 금융상품에 비해 중도 인출이 까다롭다. 물론 만 55세 이후에는 언제든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은행 예금은 고객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지급해야 하고 증권회사도 고객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맘대로 할 수 있어 장기 자산 운용에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10년,20년씩 보험료를 납입받아 운용하는 금융사다. 노후를 책임질 퇴직금이니만큼 안정성 측면에서 생명보험사가 적격이다.

IRA를 통해 연금을 받는 경우에도 은행이나 증권사,손해보험사의 경우 10년 혹은 20년 동안 받으면 더 이상 연금을 받을 수 없는 확정형 연금만 가입이 가능하지만 생명보험사는 종신형 연금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종신연금의 경우 오래 살면 살수록 납입한 돈보다 수령하는 돈이 많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는 요즘은 가장 확실한 노후 보장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윤진 <삼성생명 법인지원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