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발전된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

지난 16일 리투아니아 정부 대표로 한국을 찾은 라사 유크네비치엔느 국방장관(52 · 사진)은 "오래전부터 한국의 경제개발 모델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유럽 발틱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인구 370여만명의 비교적 작은 나라로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국민소득은 1만6000달러 수준.폴란드,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외침을 많이 받았다.

한 · 리투아니아친선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양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사 ·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많고 생각이 비슷해 서로 돕고 협력할 게 많다"며 "정보기술(IT),커뮤니케이션,에너지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투자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에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가 많이 열려있다"며 "정부도 기업 투자 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있고,리투아니아가 EU 멤버여서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항과 공항 등 교통 · 물류 인프라가 좋고 금융시스템도 북유럽 국가들에 맞춰져 있어 금융거래가 편리한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방한에는 경제 부처 차관 3명과 시장,기업인 등이 함께 했다.

유크네비치엔느 장관은 2년 전 리투아니아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에 올랐다. 카우나스의대를 졸업하고 소아과 의사로 활동하던 그는 1980년대 후반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이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했을 당시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현실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지방 의원을 거쳐 국회에 진출했다. 2008년 12월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국방장관에 임명돼 여성 대통령 · 국회의장 · 재무장관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는 "국회 국가안보위원회 위원,국회 NATO 의원연맹대표단 단장 등으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방장관직을 맡게 됐다"며 "여성이라고 해서 국방정책을 결정하는데 특별히 어려울 건 없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군은 육 · 해 · 공군을 합쳐 1만여명,예비군 5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규군 중 11% 정도는 여군이다. 전쟁 발발시 NATO 회원국끼리의 지원조약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군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유크네비치엔느 장관의 설명이다.

유크네비치엔느 장관은 지난 18일 한국외대(총장 박철)에서 명예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정운찬 국무총리,김태영 국방장관 등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20일 출국한다.

글=최규술/사진=강은구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