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철의 절정기는 바로 지금이다. 대게잡이는 금어기가 풀리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루어지지만,설 지나 정월 대보름을 전후한 시기가 돼야 속살이 더 달고,단단하게 들어차기 때문이다. 위판장에 나오는 대게 물량 또한 이때쯤이 가장 많다. 게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대게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 떠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럼 목적지는? 26일부터 사흘간 '2010국제울진대게축제'가 열리는 울진이 좋겠다.

Take 1 영덕대게? 울진대게!

그런데 울진과 대게의 조합은 왠지 낯설다. 대게 앞에는 영덕을 붙여 영덕대게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영덕대게가 브랜드화 되어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울진사람들은 대게 원조마을이 울진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울진현과 평해군 기록에 대게를 자해(紫蟹)라고 표기하고,이 지역 주요 특산물로 꼽았다는 것이다. 연안 대게 어획량 또한 울진이 훨씬 많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영덕이 대게로 울진보다 더 알려지게 된 것은 순전히 교통 덕이란 설명이다. 1930년대 교통이 비교적 편리했던 영덕이 대게 집하장소로 부각됐다는 것.여기에 10년 전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인기로 영덕 강구항이 여행명소가 된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울진대게든 영덕대게든 다 똑같은 대게다. 이름이 유래된 대로 대나무처럼 생긴 다리하며 생김새에서 어디 하나 다른 데를 찾을 수 없다. 알을 낳고 서식하는 데도 똑같다. 연안대게는 울진 앞바다의 왕돌초라고 하는 거대한 암초에서 자란다. 왕돌초는 울진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바다밑의 암초.죽변에서 축산까지 동서 21㎞,남북 54㎞나 되는 바다속의 산줄기다. 70~80%가 울진쪽에 치우쳐 있다고 하는데,울진의 배가 와서 잡으면 울진대게이고,영덕에서 온 배가 쳐놓은 그물에 걸리면 영덕대게인 것이다.

물량에는 좀 차이가 난다. 국내 생산량의 절반 중 울진이 30%,영덕이 20%를 차지한다. 나머지 50%는 포항 구룡포로 들어오는 데,큰 배가 오키군도 중간수역인 일본 근해에서 잡아온다고 한다. 똑같은 연안대게도 종이나 상태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른다.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들어차 맛과 향에서 최상품으로 꼽히는 대게는 박달대게라고 한다. 적어도 10년은 된 대게라고 한다.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인 게는 홍게인데 대게보다 맛이 훨씬 떨어진다. 예전에는 트럭에 싣고 와 동네 어귀에서 쪄 팔기도 했다. 너도대게라고 불리는 놈도 있다. 대게와 홍게의 교잡종이다. 홑게는 허물을 벗기 직전의 대게.껍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술안주 삼아 통째로 먹는다. 대게는 자원보호를 위해 등딱지가 9cm이상인 것만 잡을 수 있는데 이 크기의 대게를 '칫수'라고 부른다. 그물에 걸려 올라와도 즉시 놔줘야 하는 암게는 숫게보다 훨씬 작다. 그 크기가 찐빵만 하다고 해서 '빵게'라고도 부른다.


Take 2 배는 단단, 등은 깨끗

올해는 대게 풍년이다. 장문호 울진군 수산담당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어획량이 늘었다"고 말한다. 1월 위탁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2007년에 37만㎏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이후 어획량이 감소하기 시작해 2008년 16만㎏,지난해에는 15만㎏으로 줄었다가 올해 1월엔 20만㎏으로 늘었다. 오전 9시께 후포항이나 죽변항에 가면 위판장 바닥에 대게를 뒤집어 깔아 놓고 경매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 좋은 게를 고르는 방법.죽변항 충청도횟집의 류호영 대표는 "엄지손가락으로 배를 눌러봐서 단단할수록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쪄낸 대게의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속살이 찬 것이라고 보면 된다.

위판장 경락가격을 알아두면 대게를 사먹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현장에서 거래하면 경락가격에서 많이 붙이지 않고 넘기기 때문에 싱싱한 대게를 싸게 살 수 있다. 단 꼭 경매된 대게를 사야 한다. 장현종 울진군 홍보담당은 "살 대신 물이 찬 '물게'는 아예 따로 분류돼 경매도 하지 않는다"며 "이를 모른 채 싸다고 물게를 구입해 낭패를 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한다. 다리가 두 개 이상 떨어진 게도 조금 싸게 살 수 있다. 다리가 하나 떨어진 것까지는 온전한 게로 인정해 같은 값에 경매되지만 두 개 이상 떨어지면 제값을 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에서는 수입산을 국내산이라고 속여 파는 곳도 있으니 조심할 것.가려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연안대게는 등딱지에 이물질이 없고 깨끗한 반면 대부분이 러시아산인 수입산 대게는 등딱지에 석회석 성분의 하얀 반점이 박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살펴보면 된다.

울진=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TIP

서울에서 경부·중부고속국도~영동고속국도~동해고속국도~7번 국도~삼척~임원~울진.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 경유 무정차 또는 풍기 경유 직행버스가 다닌다. 동해를 경유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백암온천지구의 백암한화리조트(054-787-7001),덕구온천지구 내 호텔덕구온천&스파월드(054-782-0677)가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숙소로 안성맞춤이다.

죽변방파제 충청도횟집(054-783-6651)의 '슬러시 물회'가 별미.33가지 이상의 재료를 넣어 뽑는다는 특제 육수가 자랑이다. 1만~1만5000원.망양정해수욕장 주차장 내 망양정회식당(054-783-0430)의 해물칼국수가 좋다. 8000원.후포의 왕돌수산(054-788-4959),죽변의 후계자울진대게센터(054-783-8918) 등을 통해 울진대게를 주문할 수 있다.

26~28일 사흘간 울진 후포항 일원에서 '2010 국제울진대게축제'가 열린다. 울진대게축제집행위원회(054)787-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