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끌어당길 만한 호소력 있는 춤과 연출이 수준급이다.

창작뮤지컬 '올 댓 재즈'의 이야기 구조는 단조롭다. 같이 춤을 추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 유태민과 서유라,남자가 안무가의 꿈을 추구하느라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되지만 서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기에 서럽게 울고 짜는 난리법석을 떨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난 남자가 갑자기 연락을 두절하는 바람에 한국에 남은 여자는 혼이 빠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방송국 PD가 된 유라는 취재 때문에 세계적인 안무가로 성공한 옛 연인 태민과 재회하게 된다.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은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탄다. 아무래도 사랑과 이별의 경험과 감정은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엇비슷하므로,관객의 공감을 사려면 어느 정도 보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둘이 이별한 이유에 대한 반전은 영 아쉽다.

하지만 '올 댓 재즈'에는 이 단점을 가뿐히 덮을 만한 장점이 있다. 거울 네 개를 이용한 안무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무대에서 거울은 과거와 현재,현실과 환상,겉표현과 속마음 등 상반된 짝패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일례로 거울 속에서 춤추는 무용수 데이비드는 겉으로는 냉정하게 굴어도 속으로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태민의 내면 갈등을 상징한다. 배우가 거울 뒤에 잠시 숨었다 다시 나타나면 현재는 과거로,현실은 환상으로 바뀐다. 시간 · 공간적 배경이 자주 바뀌어도 번잡해 보이지 않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멀티맨' 역할을 하는 앙상블 '올댓걸''올댓보이'의 활용도 적절하다. 이들은 거울과 함께 술집,공항,퇴폐가 난무하는 뒷골목 등 여러 배경을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재즈 선율에 발레,탱고,힙합,코믹한 막춤,원더걸스의 '아이러니'를 응용한 안무 등 다양한 춤을 보는 일도 즐겁다.

'명성황후' 등 뮤지컬 100여편에 참여해온 안무가 서병구씨는 '올 댓 재즈'에서 처음으로 연출을 맡았다.

안무가가 주인공이고 춤 위주인 작품이라 연출 제의를 수락했다는 게 그의 설명."원래 대극장용 뮤지컬로 구상했다가 여건이 되지 않아 소극장 뮤지컬로 바꿨다"고 고충을 털어놓았지만,처음부터 소극장 무대를 염두에 두고 구상한 작품이라 해도 수긍이 갈 만큼 짜임새를 갖췄다.

오는 4월2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3만5000~4만5000원.(02)3141-3025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