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도 지났고,곧 개구리가 뛰어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들에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새로 시작하는 봄의 의미는 각별하다.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를 예측한' 옛사람들의 지혜처럼 우리 내면의 마음밭을 가꿔보자.한 해 동안 '영혼의 곳간'을 풍요롭게 채울 '책 농사'의 즐거움.새로운 업무에 임하는 직장인들과 첫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책들을 골랐다.


◇2020 퓨처 캐스트(로버트 J 샤피로 지음,김하락 옮김,랜덤하우스)=오바마와 클린턴의 경제자문관을 지낸 저자가 향후 10년간 세계를 재편할 3대 메가 트렌드로 '인구문제,세계화,초강대국 미국이 야기할 세계정세'를 꼽았다. 특히 인구 문제는 국가적 위기를 넘어 의료보장과 연금,일자리와 소득 등 개인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며,세계화는 전 세계 자본 · 생산 · 소비의 흐름과 일자리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이 기후 · 에너지 · 환경 문제,정보기술 발전,테러리즘 등과 맞물려 수많은 변화의 곁가지들을 뻗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은 2020년쯤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아시아 패권 장악 시점을 늦추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구글드(켄 올레타 지음,김우열 옮김,타임비즈)=제목의 구글드(Googled)는 '구글 되다'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은 이제 '구글'에 의해 끝나고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뉴요커> 수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고작 11년밖에 안 된 회사가 인터넷과 미디어,소프트웨어,광고에 이어 휴대전화 시장까지 장악하며 세계경제의 판도를 뒤집는 과정을 통해 "구글은 4시간마다 의회도서관 분량의 정보를 모은다" "알고리듬을 장악하면 모든 것의 통로를 점할 수 있다" "물결을 만들 수 없다면 올라타는 방법이라도 찾아라" 등의 교훈을 전한다. 구글 임직원 150명과 경쟁사 임원,재계 인사 150명의 크로스 인터뷰로 심층분석했다.

◇허드(마크 얼스 지음,강유리 옮김,쌤앤파커스)=영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마크 얼스는 대중행동의 원동력을 '집단'을 뜻하는 낱말 '허드'에서 찾는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진정한 권력은 대중에 있으며 대중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비자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동양의 관계지향적 유교문화와 타인을 중시하는 아프리카의 '우분투(공동 인간애)' 사상을 예로 들면서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라는 '그물'로 엮여진 '우리 중심적 존재'라고 강조한다. 상대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게 '설득'이 아니라 '영향력'이고,'충성도'보다 '추천'이 더 강력하며,'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라 '영향력 행사자'들이 사회를 이끈다는 것.또 점보 제트기의 부품처럼 '복합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요네즈의 혼합 성분처럼 '복잡한 것'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성적 분석보다 감성적 헌신에 초점을 맞추라고 권한다.

◇인텔리전스(리처드 니스벳 지음,설선혜 옮김,김영사)="지능은 유전되는 게 아니라 교육된다. " 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는 지능지수가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동양인 출신 청소년들이 백인 급우들보다 높은 성적을 내는 것도 공부해야겠다는 의지와 가족 · 집단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정서 등 '동기와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가정 환경도 중요하다. 중산층은 분석적 사고와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며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지만 하위 계층은 '요구'하기에 급급하다. 따라서 그는 "빈곤층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면 큰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그중에서도 '학교'가 최고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 지음,황소연 옮김,21세기북스)=후회없는 삶을 위한 인생의 길라잡이.저자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1000여명의 죽음을 지켜본 그는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그들의 마지막 회한' 25가지를 이 책에 기록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친절을 베풀었더라면,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안타까움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인생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독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50만원의 기적(류재운 · 허영미 지음,북플래닛)=부자를 꿈꾸는 부부의 재테크 가이드북.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까. 이 책은 꼼꼼하고 섬세한 주부들의 '소프트 파워'에 초점을 맞춘다. 보람이와 희망이의 엄마인 전업주부 이미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50만원의 종잣돈으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부자가 되는 마음가짐부터 재테크를 위해 준비해야 할 기본 지식,'아끼고 모으고 자라는' 3개의 노트,'노후대비 자금,안심예비 자금,자녀 장래대비 자금,투자자금,보금자리 자금,긴급 예비자금' 등의 구체적인 항목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