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직후 발생한 IT개발팀장 노모씨의 자살과 관련,금감원의 검사 · 감독 관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전보다 개선됐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특정 금융사나 경영진을 손보기 위해 저인망식 표적검사는 더 잦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시스템 안정 문제보다는 인사 문제 등에 더 집착한다는 비판도 있다.

◆검사 방식이 문제

"검사역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 최근 금감원의 검사 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처음 검사를 받는 은행원들은 검사역의 태도에 당황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한 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는 검사역과 은행 직원 간 신경전이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금감원의 강압적인 태도에 화가 난 은행 직원이 검사를 받지 못하겠다며 들이받은 것이었다.

검사반은 상부에 "피감 은행의 태도가 엉망이다. 자료 협조도 안 된다"며 조치를 요구했고 금감원은 해당 은행 경영진에 엄중 경고와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검사 방식이다. 선진국과 달리 현장 검사 비중이 너무 커 피감 은행이 받는 스트레스가 과중하다고 관련 은행원들은 입을 모았다. 종합검사가 시작되면 은행 본부의 주요 임직원들이 검사에 매달리게 되는데 그 기간이 사전 준비 과정까지 포함하면 3개월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한 달 이상 상주하면서 온갖 자료를 요구하고 임직원들을 호출해 끈질기게 심문하는 식의 한국적 현실은 비효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예금보험공사(FDIC)도 현장 검사를 하지만 태도는 한국 금감원과 상당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감독기관인 잉글랜드은행에서 은행의 영업현황을 면밀히 체크하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현장에 들어가 검사하는 식이다. 투망식 검사라기보다는 금융시스템에 불안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그 문제를 집중 검사한다는 것이다. 정기 검사는 회계법인이 한다.

은행 관계자는 "피감 회사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면서도 효과적으로 감시 ·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리수 낳는 표적검사

작년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된 국민은행 검사에서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뜻을 거슬러 '괘씸죄'로 찍힌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개인 비리를 캐기 위해 운전기사들까지 불려가는 등 표적 검사를 받았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강 행장에 대해서는 비록 사석이긴 하지만 금감원 담당자들의 입에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징계를 내리겠다고 작정하고 나온 검사 때에는 보통 때에 비해 검사역의 태도 자체가 판이하다는 것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규정 해석을 놓고 피감 은행과 충돌을 빚는 일도 다반사다. 적발 건수를 늘리기 위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법규 위반을 자인하는 확인서와 문답서를 강요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은행원들은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과 미리 협의하거나 승인을 받은 업무까지도 검사에서 문제를 삼는 사례가 자주 있다"며 "징계를 내려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자신들이 사전에 검사했던 것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국내에서 처음 발행한 커버드본드는 관련 규정이 없어 금감원과 사전 협의를 했고 해외발행 때에는 금감원 직원까지 동행했는데도 이번에 강도 높은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이심기/강동균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