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스티커로 사교육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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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요,사교육 없는 세상."(스티커) "상상해 봤나요? 사교육 없는 세상!"(포스터)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9일부터 배포하고 있는 '사교육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담은 홍보 스티커와 포스터가 교육계에서 화제다. 차량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든 스티커는 휴대폰 안테나 5개가 꽉 찬 모습과 하트 모양을 담았다. 사교육이 없을수록 사랑이 충만한다는 뜻인 모양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상상해 봤느냐는 포스터도 현재 각급 학교와 각 기관에 배포 중이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원가 단속 등 현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추진하는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홍보 포스터와 스티커 제작 배포에 시교육청은 약 2000만원을 썼다.
시교육청의 의욕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교사 · 교육전문가들조차 "사교육이 무슨 악의 축이라도 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공교육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무조건 사교육을 없애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버"라는 핀잔도 나온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하는 근본적인 차이는 정부의 통제를 받느냐 여부다. 연간 학비로 700만원가량을 써야 하는 자립형사립고 교육은 공교육 범주에 포함되고,월 2만원짜리 학습지는 사교육으로 분류된다. 학원 강사가 방과 후 학교에서 가르치면 공교육이고 학원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면 사교육이다.
학부모 · 시민들이 좋은 공교육을 원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사교육보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교육이 학생의 소질과 가정상황 등을 두루 살펴 고른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병(病)이거나 나쁜 교육이라서가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최근 고교생 대상 조사에서 '학원 강사들이 학교 교사보다 교과 전문성이 뛰어나거나 인성교육까지 더 잘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사교육 없는 세상'이란 구호는 모든 교육을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어째서 학원 강사들이 인성교육마저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지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지,차량에 억지 프로파간다를 담은 스티커를 붙이는 게 아니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9일부터 배포하고 있는 '사교육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담은 홍보 스티커와 포스터가 교육계에서 화제다. 차량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든 스티커는 휴대폰 안테나 5개가 꽉 찬 모습과 하트 모양을 담았다. 사교육이 없을수록 사랑이 충만한다는 뜻인 모양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상상해 봤느냐는 포스터도 현재 각급 학교와 각 기관에 배포 중이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원가 단속 등 현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추진하는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홍보 포스터와 스티커 제작 배포에 시교육청은 약 2000만원을 썼다.
시교육청의 의욕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교사 · 교육전문가들조차 "사교육이 무슨 악의 축이라도 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공교육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무조건 사교육을 없애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버"라는 핀잔도 나온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하는 근본적인 차이는 정부의 통제를 받느냐 여부다. 연간 학비로 700만원가량을 써야 하는 자립형사립고 교육은 공교육 범주에 포함되고,월 2만원짜리 학습지는 사교육으로 분류된다. 학원 강사가 방과 후 학교에서 가르치면 공교육이고 학원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면 사교육이다.
학부모 · 시민들이 좋은 공교육을 원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사교육보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교육이 학생의 소질과 가정상황 등을 두루 살펴 고른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병(病)이거나 나쁜 교육이라서가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최근 고교생 대상 조사에서 '학원 강사들이 학교 교사보다 교과 전문성이 뛰어나거나 인성교육까지 더 잘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사교육 없는 세상'이란 구호는 모든 교육을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어째서 학원 강사들이 인성교육마저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지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지,차량에 억지 프로파간다를 담은 스티커를 붙이는 게 아니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