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일자리 법안들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정부가 제출한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가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하고도 우선적인 과제가 고용 창출이란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기술적 절차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행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고용증대를 위한 세액공제 제도는 중소기업이 전년보다 고용을 늘릴 경우 법인세 등 세금을 깎아주자는 취지로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도입하기로 한 핵심과제 중 하나다. 참여정부 때 시도했다가 없어진 이 제도를 정부가 다시 손질을 해 내놨을 땐 그만큼 고용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금 우리나라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400만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고용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국회가 지금처럼 미적거리면 3월부터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시행하기로 했던 정부 계획은 사실상 물건너 갈 공산이 크다. 오죽 답답했으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관련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강한 항의까지 했겠는가.

답답한 것은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기중앙회, 경총 등 4개 경제단체는 어제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정부 정책은 꼭 필요할 때 시행돼야 실효성(實效性)이 커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악의 고용 상황에서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회 때문에 정책이 실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이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신규 고용을 미루게 되면 되레 고용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자리 문제에 관한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가 일자리 문제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중기 고용증대 세액공제는 정부가 3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중소기업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만큼 국회는 지체없이 법 개정안 처리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