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마트와 대리점 등 가전매장마다 TV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TV 판매량 증가세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서다. 주요 대형마트들이 공개한 최근 T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다. 설 직후인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이마트에서 팔려 나간 TV는 지난해 설 직후 4일간(2009년 1월27~30일)보다 160.3% 증가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TV 판매량도 같은 기간 각각 148.3%와 115.0% 늘어났다.

TV 특수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물건이 없어 못 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슈퍼볼,중국은 춘절(설) 특수가 각각 연초 TV 시장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슈퍼볼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TV를 산 소비자들이 지난해보다 100만명 이상 늘어난 360만명에 달한다"며 "1분기는 전통적인 TV 업계의 비수기지만 각국 유통업체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기 버거울 만큼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연초의 분위기가 1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V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 이벤트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씀씀이를 줄인 전 세계 소비자들이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등을 보기 위해 새 TV를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방송 전환도 TV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별로는 중국 TV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농촌지역으로 TV 교체 열풍이 번지는 추세다. TV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家電下鄕) 보조금 지급 대상이 올해부터 3500위안(약 60만원)에서 7000위안(약 120만원)으로 바뀌면서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40인치 이상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 서치는 올해 중국 평판 TV(LCD와 PDP 제품을 함께 일컫는 용어) 시장 규모를 지난해(2600만대)보다 40% 이상 늘어난 3400만대가량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께 최대 TV 시장인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가 기술 트렌드의 변곡점이라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대표 선수는 안방에서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3D(3차원) TV다. 업계는 '아바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영화에 매료된 '얼리어답터'들이 3D TV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주요 TV 제조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3D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시장에서는 3D,신흥시장에서는 LED(발광다이오드) TV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TV 특수의 최대 수혜자는 완제품이 아닌 패널(전원장치와 케이스를 연결하기 전 반제품 TV) 제조사다.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 거래 가격이 성수기였던 지난해 4분기를 넘어서는 기현상이 나타날 만큼 패널 수급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32인치 LCD TV용 패널의 경우 지난해 12월 200달러에서 지난달 204달러까지 가격이 뛰었다. 2월 패널 가격도 205달러 내외로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대만 업체들의 증산으로 올해 1분기 패널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라며 "지난해 3분기보다는 다소 값이 떨어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최대 25%가량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완제품 제조업체들은 패널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비지오조차 확보 패널이 필요한 물량의 60%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비지오 한국법인 관계자는 "LG전자처럼 계열사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업체들도 물량 부족을 호소한다"며 "패널 구매 협상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형 TV 메이커는 아예 시장에 발을 붙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형석/강유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