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15년의 매직'…GS·LS 떼내고도 그룹규모 4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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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안LCD 올인 주효…지주회사 체제서 큰그림만 그려
"LG의 원칙은 계열사 책임경영" LG웨이 선포하며 '일등LG'로
"LG의 원칙은 계열사 책임경영" LG웨이 선포하며 '일등LG'로
반도체 사업 빅딜 논의가 한창이던 1998년 말.구본무 회장은 LG전자와 LG반도체가 나눠 맡고 있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을 분리,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 LCD를 설립했다. 반도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한 승부수였다.
LG 관계자는 "LG가 10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반도체 사업의 대안을 일찍 내놓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결단이 없었더라면 지난해 20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LCD패널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의 15년 '그림자 카리스마'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2일로 취임 15주년을 맞는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맏손자인 구 회장은 1995년 2월22일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이끈 15년간 LG그룹은 4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1994년 매출 30조원이던 LG그룹은 전자와 화학을 양대 축으로 성장을 거듭,지난해 12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분리를 통해 GS와 LS,LIG 등이 떨어져 나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산업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기업을 성장시켰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구본무 회장은 4대그룹 회장 중 전경련 회장단 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가장 얼굴을 보기 힘든 인물로 꼽힌다. 계열사들의 세세한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2003년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뒤 임직원들에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하는 일과 대장을 정하는 일만 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구 회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이미지와 업적 사이의 간극을 '외유내강 경영'으로 설명한다. 겉으로는 부드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열사들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분투하고 있다는 것.'조용한 리더십''그림자 카리스마' 등도 구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대변하는 표현들이다. LG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단기 업적주의로 흐를 수 있는 CEO들에게 5년,10년 뒤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도 구 회장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 정립
"앞으로는 사업에만 매진해 주세요. " 2003년 3월.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을 마무리 한 구 회장은 CEO들과의 릴레이 미팅을 통해 이 같이 당부했다. "LG의 경영원칙은 계열사 책임경영"이라는 말도 강조했다.
지주회사 경영시스템은 구 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1997년 말부터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으며 세상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0년 7월 '21세기형 경영체제로의 개편 방안'을 내놓으며 지주회사 설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화학계열은 LG화학,전자계열은 LG전자가 지주회사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
2003년 3월 통합지주회사 ㈜LG가 출범하면서 지주회사체제를 완성하기까지 3년이 소요됐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이 압축성장의 부작용 없이 글로벌 기업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주회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른 구 회장의 선견지명을 꼽는다.
◆사즉생(死卽生) 계열분리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드러나는 다른 사례로 범 LG가(家) 계열 분리가 꼽힌다. LG그룹은 2003년부터 계열 분리 작업을 시작해 2005년 1월27일 허씨 가문과의 57년 동업을 마무리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꼽히던 건설,유통 등의 사업을 모두 동업자에게 넘기며 '아름다운 이별'을 이끌어냈다는 게 재계의 중평이다.
구 회장은 이달 초 신임 전무들과의 대화를 통해 계열 분리가 LG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는 내용의 소회를 밝혔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내수기반이 취약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배수의 진'을 치는 계기가 됐다. "
구본무식 경영시스템의 완결판은 2005년 정립한 'LG웨이'다. LG웨이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계열 분리 등을 마무리한 뒤 선포한 경영이념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인간존중의 경영' 등의 목표를 LG 특유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을 통해 이뤄내 '일등LG'를 달성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LG웨이의 의미는 경영의 큰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라며 "계열사별 자율경영의 효율성이 LG웨이로 인해 한층 높아졌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