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효자 종목임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한국은 21일(한국시간) 벌어진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 · 은메달을 휩쓴 데 이어 여자 1500m에서는 은 ·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딴 21개 금메달 중 19개가 바로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한국인은 여름에 양궁을 하고,겨울에는 쇼트트랙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유독 강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승 DNA(유전인자) 축적과 혹독한 지옥훈련,튼튼한 기본기와 빠른 두뇌회전 등을 쇼트트랙 강국의 비결로 꼽고 있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프랑스)에서 남자 1000m와 5000m계주에서 김기훈(현 대표팀 감독)이 2관왕을 차지하고 이준호가 동메달 1개를 따낸 이후 채지훈 김동성 안현수 등이 남자 쇼트트랙 금맥의 계보를 이어왔고,여자부에서는 전이경 진선유 등 걸출한 스타들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한국선수들은 누가 시상대 맨 윗자리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 선배들의 우승 노하우를 물려받은 후배들이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며 기량을 한층 발전시킨 뒤 올림픽에서도 금빛 질주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강도 높은 훈련도 빼놓을 수 없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올림픽 1년 전부터 오전 6시부터 2시간 동안 새벽 훈련을 실시하고,오후 2시부터 다시 2시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완수했다. 이후 다시 2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했고,훈련량이 모자란다고 느끼는 선수는 별도의 개인 훈련을 했다. 1년을 통틀어 휴식기는 여름 휴가(1주일)와 크리스마스 휴가(2박3일)가 고작이었다. 중국 캐나다 등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가운데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최강을 유지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젊음을 반납하며 흘린 땀방울의 결과인 셈이다. 특히 여자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노 골드(no gold)'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높았다. 왕멍 등 세계적인 선수로 구성된 중국팀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렸기 때문.지난해 12월 초부터 부임한 최광복 코치는 오전과 오후 두 시간씩 진행되는 빙판훈련의 강도를 세 배 높였다. 남자팀이 한 시간 체력훈련을 하면 여자팀 선수들은 2시간반 동안 땀을 흘리는 식이었다. 여자 선수들은 오는 25일 열리는 쇼트트랙 계주(3000m)에서 금메달을 따 올림픽 5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쇼트트랙은 강한 지구력과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순발력,빠른 두뇌플레이가 생명이다. 한국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두뇌플레이에 능하고,결승선을 앞두고 펼치는 마지막 순위다툼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호리병 주법''외다리 주법''날 들이밀기''바깥 돌기' 등 세계 쇼트트랙의 '교과서'가 된 기술들도 모두 한국 선수들이 개발한 것이다.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뭉친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쇼트트랙 강국이 된 원동력이다. 전이경 SBS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지치지 않는 체력과 지구력을 갖춘 데다 절묘한 코너링과 좁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상대를 앞지르는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