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골프장을 상대로 회원 입회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내년 이후에는 제주도 내 골프장 절반 이상이 입회금 반환 만기일을 맞아 자칫 '입회금 반환 소송' 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소송 대란에 휩싸일 경우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최근 제주도 C골프장을 상대로 '입회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2004년 1억2000만원에 C골프장 우대 회원권을 분양받은 이씨는 작년 8월 만기가 되자 수차례에 걸쳐 입회금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프장 측은 "입회금 반환이 어려우니 제주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회원권으로 전환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씨는 이를 거절했다.

제주도 골프장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사태가 터졌다는 분위기다. 제주도에는 지난 5년간 골프장이 대거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04년 11개에 불과했던 골프장은 2005년 16개,2006년 19개,2007년 23개,2008년 26개,2009년 27개로 늘어났다. 골프장들은 개장에 앞서 5년 만기 회원권을 수백개씩 분양했다. 기존 골프장들도 분위기에 편승해 회원권을 추가로 분양했다.

그동안 골프장 회원권은 골프장 이용 편의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도 얻을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대부분의 회원권 가격이 뒷걸음질쳤다. 이번에 소송에 휘말린 C골프장의 일반 회원권은 2004년 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2500만원대로 떨어졌다. 나머지 골프장 회원권도 최고가 대비 44~63% 급락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 내 골프장들의 회원 입회금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현재 2004~2006년 신규 또는 추가로 분양한 골프장 10여곳이 만기를 맞았거나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 내 대부분 골프장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처지다. 입회금 반환 민원이 잇따르면서 제주자치도가 중재에 나서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최영근 박사는 "제주도 골프장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돈이 없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입회금 반환 요청이 몰릴 경우 상당수 골프장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골프장 전 대표 A씨는 "소송 직전 골프장과 당사자들이 '당신만 돌려줄 테니 회원들에게 알리지 말고 조용히 해결하자'는 식으로 합의해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지금 제주도 골프장들은 회원권 공급 초과→경영난→입회금 반환 요구→부도로 이어졌던 1990~200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보미/김경수 기자 bmseo@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