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금융위기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국내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가시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연 10~15%의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가 풍부하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헤지펀드인 브레반하워드와 맨그룹 애로그래스,미국계인 퍼멀그룹 폴슨앤코 그레이엄캐피털 등 세계적인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펀드자금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전체 운용자금이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급들이다. 이들 헤지펀드는 전 세계에서 모은 투자자금과 차입금(레버리지) 등을 통해 글로벌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등에 폭넓게 투자한다.

미국계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방한해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기관투자가를 만났다. 애로그래스의 공동 창립자들도 국내에 들어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으며 여타 헤지펀드들은 연기금이나 기관을 개별 공략하고 있다. 마이클 정 애로그래스 공동 창립자는 "헤지펀드에 노출이 거의 안 된 만큼 잠재투자층이 두텁다고 판단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증권사 헤지펀드 관계자는 "과거엔 1억달러 이상 투자하지 않으면 받지 않겠다던 헤지펀드들이 환매 요건을 대폭 완화해 주면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 투자를 금기시했던 국내 기관들도 연기금을 중심으로 헤지펀드 투자를 재개할 예정이다. KIC가 지난해 7월 대체투자에 10억달러를 새롭게 배정하고 헤지펀드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해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각종 공제회들도 헤지펀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고유자산의 일부를 헤지펀드에 위탁 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특유의 단점인 유동성과 리스크를 줄인 상품을 내놓고 있어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투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23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헤지펀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여타 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형 보험사 운용담당 임원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대체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헤지펀드는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손실이 급격히 커진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