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감사 자리는 금융감독원의 '밥'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 자리가 나올 때마다 퇴직을 앞둔 금감원 인사들이 물망에 오른다. 그 파워는 금감원이 가진 검사권한에서 나온다. 매년 금감원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 금융사들이 잘 보이기 위해 금감원 출신들을 감사로 받아주고 있다.

선임된 감사들은 금감원을 맡게 된다. 금융권은 '금감원 전관'을 '바람막이'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금감원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영입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등에서는 금감원과 금융사 간 갈등 보다는 유착을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 2급 이상 간부가 퇴직 전 3년 이내에 맡고 있는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2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퇴직 전 인력개발실이나 해외 · 지방 사무소 등으로 나가 근무하는 등 '경력세탁'으로 취업 제한을 뚫고 있다. 은행 쪽 인사가 보험사 감사로 가고,보험권 인사는 증권사로 나가는 등 '업권 간 교환'도 횡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권 이익단체로의 취업은 규제 대상도 아니다.

금감원 퇴직자들은 최근 감사뿐만 아니라 임원 사외이사 등으로 진출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금융위,금감원 퇴직자 20명이 금융사에 재취업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재취업자 수 16.5명보다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