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프랑스 정부에 외규장각 도서의 '영구 대여'를 다음 달 중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이 21일 밝혔다. 영구 대여는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도서를 대여받은 뒤 이를 4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무기한 대여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방침은 외규장각 도서의 조속한 반환을 요구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국내법을 근거로 소유권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입장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핵심 소식통은 "양국 정부가 그동안 구두로 교섭을 벌여왔으나 최근 프랑스 측이 우리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문서로 전달해 달라는 뜻을 전해왔다"며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영구 대여'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판단을 내렸으며 이를 공식 문서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상호교류와 대여'의 원칙에 합의한 이후 17년 만에 구체적인 해법 도출이 시도되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영구 대여 방식이 운영의 묘를 살릴 경우 공공재산의 소유권 이전 및 영구 임대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프랑스 국내법 개정 없이도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랑스 측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