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도시 도심에 주택지를 갖고 있는 땅주인들과 건설사 관계자들의 일본 여행이 붐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개발에 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다. 원룸 등 소형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 개발의 경우 일본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소형주택의 개발은 물론 이들 주택을 관리해 주는 임대관리업도 체계가 잘 잡혀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김명자씨(61)는 "지하철 역세권에 200㎡ 정도 되는 땅이 있어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최근 뜻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일본 도쿄를 3일간 여행했다"고 말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수요만을 대상으로 여행상품을 개발한 한 여행사도 "2월에만 단체관광객 1팀과 공무원들로 구성된 도시형 생활주택 탐방을 가이드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일본에는 무엇이 있는걸까. 일본의 도심 소형주택은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를까. 전문가들은 그 해답으로 일본 소형주택은 '다품종 소량'이란 컨셉트가 적극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많게는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10개 이하의 모델로 지어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10~20채의 초미니 주택단지도 설계 컨셉트가 매우 다양하게 적용된다.

도시형 생활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는 "일본의 소형주택은 평면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특정 수요층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도시형 생활주택도 수요자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파악,소비자에게 맞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임대수익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일본에는 어떤 컨셉트의 도심 소형주택들이 공급되고 있는 걸까. 일본의 대표적인 소형주택 건설 · 관리업체인 '메이와'와 '이치이'의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

방만 제공하고 식당과 조리시설,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도심 소형주택이다. 대학가의 하숙집이 보다 체계화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1층에 거실과 주방,화장실 등이 위치하고 2층 이상부터 개개인의 방이 들어선다. 각 방에 개별 설치되는 조리시설과 화장실 면적을 아낄 수 있다 보니 한정된 면적에 상대적으로 많은 임차인을 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숙사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에 어울리는 모델이며,일본에서는 비슷한 주거형태에 익숙한 외국인에게 특화된 소형주택으로 지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우스텔(House-tel)

5~6년 전부터 서울에 들어서고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와 비슷한 개념의 소형 임대주택이다.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와 달리,부담 없는 가격에 꼭 필요한 편의시설만 설치하고 단기 숙박 개념으로 운영된다. 오사카 난바역 일대를 기준으로 3박4일(2만5500엔)부터 6개월(81만엔)까지 다양하게 운영된다. 2000년대 들어 고용이 유연해지면서 단기 거주를 원하는 수요자가 대도시에서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수요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전문 관리업체가 땅주인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을 약속하고 개발 ·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도그하우스(Dog House)

강아지 등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을 위해 인테리어와 평면설계를 특화한 임대주택이다. 1인 세대가 늘어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먼저 문에 작은 문을 따로 달아 애완동물이 드나드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욕실에도 애완동물을 씻기기 좋게 별도의 샤워장이나 샤워대를 설치했다. 옥상이나 건물 옆의 공터를 활용해 애완동물을 운동시킬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형태의 주택은 일본에서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통상 월세의 1.5~2배까지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실버하우스(Silver House)

도심에서 거주하는 고령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소형 주택도 많이 지어지고 있다. 노인층이라도 사교 및 문화생활 등의 이유로 전원보다는 도심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이 같은 고령자 전용주택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기존 실버주택과 비교해 거주공간은 상대적으로 협소하지만 고가의 관리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 내의 복도에는 손잡이를 설치해 노인들의 통행에 도움을 줬으며,여가시간이 많은 노인들을 위해 사랑방을 1층에 따로 설치했다. 각 세대의 문도 여닫이가 아니라 미닫이로 만들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같은 고령자 소형주택은 인테리어와 부대 서비스에 따라 임대료가 차이난다는 특징이 있다.

◆뮤지션 하우스(Musician House)

악기 연습실을 따로 갖춘 소형 주택이다. 지하 등에 방음시설이 갖춰진 공간을 만들고 입주자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악기를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음악대학 등 전문음악인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소형주택 형태다. 사용여부에 따라 별도의 임대료를 받아 초기 설치비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곳이 많다.

도쿄( 일본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