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건설사의 L회장과 S사 L회장 사이에 벌어진 '한강 조망권' 분쟁이 최근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22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B건설 L회장은 용산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 취소 소송'을 지난 12일 취하했다.

그는 "서울 한남동 자신의 집 앞에 S사 회장이 딸에게 줄 건물을 짓는 바람에 한강 조망권이 침해됐다"며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양측 간 분쟁은 당초 2층까지 올릴 예정이던 건물을 현재 공사가 진행된 1층에서 마무리하는 선에서 타협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끝까지 소송을 벌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대법원,조망권 인정 안 해

아직까지 경관 조망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없다. 여기에는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 조망권을 폭넓게 인정하면 건물을 지을 곳이 부족해진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2004다54282)는 "법에 어긋나지 않고 권리 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남의 땅에 건물을 짓는 것을 조망권 때문에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2003다64602)은 또 "향유하는 조망 이익이 사회 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돼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경우에 한해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정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 · 2심 판결에선 조망권을 인정받더라도 대법원으로 올라가면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울 동부이촌동 리바뷰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신축으로 한강 조망권을 상실했다"며 GS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한강 조망권을 인정한 고법 판결을 파기했다. 구로구 고척동 주민들이 "㈜대우가 짓는 아파트 때문에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고법과 달리 조망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관 조망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달리 하늘을 바로 보는 '천공 조망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는 2007년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은 경기 남양주시 덕소리 H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에 신축 중인 D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조권 침해와 함께 천공 조망권 침해도 동시에 인정했다. 거실 창 면적에서 하늘이 보이는 면적 비율을 의미하는 천공률 침해에 따른 압박감과 폐쇄감도 아파트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장찬익 변호사는 "B사 · S사 사례의 경우 조망권 침해보다는 지나치게 터를 높여 건축법 규정을 어겼느냐가 실질적인 쟁점이었다"며 "순수 조망권 소송이었다면 경관 조망권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때 약속한 조망권은 지켜야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바다 산 강 등의 조망권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어기면 법원은 손해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분양가격을 차별화하고,비록 분양계약서상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조망권에 대한 약속이 분양계약의 일부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렇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해 3월 부산 해운대구 주거용 오피스텔 계약자 김모씨 등 31명이 시공사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건설회사는 계약자에게 분양대금의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분양 당시 홍보책자에는 광안대교와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한눈에 보인다고 돼 있다. 또 앞의 나대지에는 4층 이상의 고층 빌딩이 건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망이 좋은 집의 분양가는 평당 400만원까지 높기도 했다. 법원은 계약자들이 조망권 침해 사실을 알았다면 더 많은 돈을 주고 분양받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천지법도 2008년 인천 지역 아파트 입주민 양모씨 등 24명이 "단지 앞에 학교가 들어서는 바람에 분양계약 때 볼 수 있다던 숲을 못 보게 됐다"며 분양회사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사는 원고들에게 1인당 370만~104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2002년 6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카탈로그 등에 '아파트 전면에 푸른 숲이 있다'고 기재하고 숲 조망이 좋은 동이나 라인의 아파트에 대해 최대 1040만원 비싸게 분양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