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의혹과 오키나와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로 우왕좌왕하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텃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해 초비상이 걸렸다.

임기 만료에 따라 지난 21일 치러진 나가사키현 지사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이 공동 추천한 하시모토 쓰요시 전 농림수산성 실장(40)은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지원한 무소속 후보 나카무라 호도 전 부지사(59)에게 큰 표차로 패했다. 나카무라 후보가 31만6603표를 얻은 반면 하시모토 후보는 9만4000여표 적은 22만2565표에 그쳤다. 나가사키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다.

일본 언론들은 민주당이 참패한 데는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 등의 정치자금 시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7월 말로 예정된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단독 과반수 확보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전했다. 올해 첫 현지사 선거에서 기선을 제압한 자민당 등 야당은 지난해 9월 정권 교체 후 수세 분위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대여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가사키현 지사 선거 투표율은 60.08%로 사상 두 번째로 낮았던 4년 전 지사 선거 때보다 7.81%포인트 높아져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의 출구조사에선 나카무라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 일부까지 흡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하토야마 총리는 22일 회견에서 "나가사키현 지사 선거의 참패에는 정치자금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며 자신과 오자와 간사장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정치자금 외에 경기침체도 선거 패배의 원인이란 지적에 대해 "(민주당) 정부가 새롭게 만든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면 지역경제가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토야마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0~21일 이틀간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37%로 직전(2월5~6일) 조사(41%) 때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하토야마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6%에 달했다.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내각 지지율은 작년 9월16일 민주당 정권 출범 당시의 70% 선에서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과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을 둘러싼 정부의 우유부단,경기침체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수를 점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55%가 '과반수를 점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과반수를 점해야 한다'는 견해는 31%에 그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