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20 · 고려대)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마침내 밴쿠버에서 첫 만남을 갖고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쇼트프로그램 연기 순서 추첨식에서 마주쳤다. 두 선수가 같은 경기장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5차 대회 이후 4개월 만이다.

아사다와 김연아는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5조 두 번째와 세 번째 연기자로 나란히 연기를 펼친다. 조 추첨 결과 마지막 연기를 피한 김연아는 "연기 순서 추첨 결과가 괜찮게 됐다"며 "딱 적당한 순서에서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금빛 도전'을 앞두고 피겨 팬들은 남자 싱글에서 벌어진 에반 라이사첵(미국)과 예브게니 플루센코(러시아)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라이사첵은 안정된 연속 3회전 점프로 수행점수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쿼드러플,토루프-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앞세운 플루센코를 제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교과서 점프'를 앞세운 김연아의 트리플 점프와 아사다의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의 대결은 남자 싱글에 이어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김연아와 아사다 모두 예술점수를 높게 받는 상황에서 결국 기술점수의 차이가 금메달의 향방을 바꿀 전망이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이날 연기 순서 추첨에 이어 나란히 연습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두 선수는 각각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를 배경음악으로 빙질 적응과 점프 조율에 나섰다.

앞 조에서 먼저 연습에 나선 김연아는 음악에 맞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작으로 8개의 연기 과제를 매끄럽게 이어갔다. 경기장을 찾은 1000여명의 관중은 김연아가 연기 요소를 수행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냈다. 김연아는 "어제는 빙질이 좀 이상했는데 오늘은 훨씬 나아졌다"며 "토론토에서 훈련했던 것처럼 하려고 노력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김연아의 훈련이 끝난 지 1시간 뒤 경기장을 찾은 아사다는 먼저 점프는 생략하고 스핀 스텝 스파이럴만으로 빙질을 체크했다. 이후 더블 악셀(2회전반)을 시작으로 트리플 토루프와 트리플 루프 등을 차례로 뛰면서 점프 감각을 끌어올렸다. 어느 정도 땀을 낸 아사다는 연이어 4차례 연속으로 트리플 악셀을 뛰어 안전하게 착지했다. 또 마지막 트리플 악셀에서는 더블 토루프 점프를 붙이는 콤비네이션 점프에 성공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일본에서 트리플 악셀 훈련에 집중했다는 아사다의 말처럼 예전보다 안정된 성공률을 보여줬다. 아사다도 "프리스케이팅에 비해 쇼트프로그램이 약한 경향이 있다"며 "프리스케이팅을 앞둔 마음으로 쇼트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24일 오후 1시부터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하고,아사다는 조금 앞선 낮 12시54분에 나선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