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0'에서 파격적인 제품들과 새 동맹 전략을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인텔 등에 대한 국내외 미디어들의 평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기세에 눌리는 것처럼 보이던 IT(정보기술) 분야의 베테랑들이 이번 행사에서 만만치 않은 반격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반(反) 애플 동맹의 선두에 선 구글 안드로이드에 이어 MS,노키아까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국(戰國)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MS 윈도폰7,스마트폰에 최적화한다
MS는 아이폰에 맞설 카드로 '윈도폰7' 시리즈를 내놓았다. 우선 종전 윈도 모바일이란 OS 이름을 스마트폰을 바로 연상할 수 있는 윈도폰으로 바꿨다. PC와 유사하던 사용자환경(UI)도 스마트폰에 맞게 고쳤다. 사람들이 자주 쓰는 전화,메시지,메일,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의 기능을 타일 모양의 큼지막한 아이콘으로 휴대폰 바탕화면에 배치했다.
'MS의 검색엔진 '빙(Bing)'으로 연결되는 바로가기 버튼도 만들었다. 단순히 OS를 공급하던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UI까지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 차별화하겠다는 게 새 전략의 핵심이다. MS는 삼성,LG,HTC,HP,델 등의 제조사들이 올 연말 윈도폰을 내놓키로 했고 AT&T,보다폰,오렌지 등 글로벌 이동통신사들도 윈도폰 도입에 참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선 MS의 윈도폰7이 구글 안드로이드의 탁월한 검색 기능에 애플 아이폰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처럼 한번의 클릭으로 검색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고,애플이 아이폰에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기능을 적용한 것처럼 윈도폰7에 MP3 플레이어 '준(Zune)'의 기능을 담아 놓았다.
사람,사진,게임,음악 · 비디오,마켓 플레이스,오피스 등 6개로 구성된 '윈도폰 허브(통합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기능도 즐길 수 있다. 친구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과 같은 SNS에 글을 올리면 휴대폰 첫 화면에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진 허브에선 PC를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사진이나 동영상을 한곳으로 모아주고,게임 허브에서는 MS의 콘솔게임인 'X박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노키아-인텔,공룡들의 제휴
전통적인 스마트폰의 강자이면서도 최근 점유율을 잃고 있는 노키아의 반격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노키아는 모바일칩 분야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있는 인텔과 과감히 손을 잡았다. 인텔은 최근 모바일 프로세서와 통신 기능을 결합한 '무어스타운'을 내놓으면서 노키아가 주도해온 모바일시장에 진출했다. 유럽형 이동전화(GSM) 칩 분야에서 강세를 가져온 노키아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손을 잡은 것은 신흥 강자로 출현한 애플,구글에 맞설 공동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 이어 넷북,태블릿PC 등으로 무한 확장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을 견제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양사는 각사가 보유하고 있던 마에모와 모블린이란 리눅스 기반 OS를 오는 2분기 안에 통합,'미고'란 새로운 OS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미고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넷북,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IT기기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노키아는 MWC 2010에서 스마트폰 OS 새 버전인 심비안 3.0도 공개했다. 2~3번의 클릭으로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할 수 있고 한 번의 터치로 인터넷에 바로 접속하는 등 터치 기반 UI를 크게 개선시켰다. 페이지 넘김이나 사진 확대 등 화면 전환 속도도 크게 높였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음악,응용 프로그램 시장까지 주도하자 이에 맞서는 대항 세력들이 다양한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나섰다"며 "구글이 가장 강력한 후보이고 OS와 휴대폰시장의 강자인 MS,노키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