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은 "빠른 것을 타면 생각이 정지되지만 느리게 걸으면 생각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진다"고 말했다. 2006년 도쿄에서 1년간 살면서 체득한 철학이다. 그는 처음에는 지하철을 탔다. 비용을 계산하니 한 달에 40만원 정도 들었다. 땅 속으로 다니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 8개월간 매일 하루 5~6시간씩 걸어다니며 도쿄 곳곳을 누볐다고 한다.

그는 "걷기는 타기에 비해 정말 느렸다"면서도 "하지만 걷는 동안 머리는 지구를 수십바퀴 도는 것처럼 회전했다"고 술회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체험을 떠올렸다.

과거 전남 해남에서 서울까지 19박20일 동안 하루 평균 35㎞씩 걸었는데 폭염 때 아스팔트 온도가 섭씨 44도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그는 "길 어디에 뭐가 있고 내가 누굴 만났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땀을 흘리면서 몸소 체험했기 때문인데 그 경험이 문화관광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매주 2~3차례 퇴근길에 광화문 문화부 청사 근처에서 2시간30분을 걸어 청담동 집까지 간다. "걷는 동안 업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빠른 것을 타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생각이 정지된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마니아로 불릴 정도로 속도를 즐기기도 했던 그는 "시속 200~300㎞로 달릴 땐 하나의 꼭짓점을 향해 가는 느낌"이라며 "옆은 보이지 않고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