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0'에서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발표하며 글로벌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은 모바일 플랫폼(OS를 포함한 통합 소프트웨어) '바다'를 처음으로 적용한 웨이브의 발표 행사에서 가로 33m,세로 8m짜리 초대형 디스플레이 4개를 설치해 파도가 넘치는 장면을 가상으로 꾸미는 등 최첨단 그래픽 효과도 살리며 눈길을 끌었다. '파도'란 뜻을 지닌 제품명 웨이브를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었다.

◆삼성 웨이브,통합 메시징 서비스 강점

웨이브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스마트폰이다. 기존 아몰레드(AMOLED ·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화면보다 5배 이상 선명한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3.3인치)를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 동영상,인터넷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생생한 화질로 즐길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웨이브엔 삼성전자가 처음 선보이는 통합형 메시징 서비스인 '소셜 허브'도 담겨 있다. 웨이브 안에 저장해 놓은 주소록을 통해 해외 주요 사이트의 이메일,메신저 등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고 채팅도 주소록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도 깔끔하다. 두께는 10.9㎜로 상당히 얇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에 비해 크기나 두께가 줄어들어 제품을 쥘 때의 느낌이 더욱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품 뒷면도 이음새 없이 세련된 멋을 살렸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삼성전자의 자체 웹브라우저 '돌핀'으로 작동한다. 배터리 용량이 1500㎃h(밀리암페어시)로 애플 '아이폰'이나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등보다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 웨이브는 화면을 터치할 때의 느낌도 기존 제품보다 부드러워졌다. 아이폰과 같이 정전기를 통해 터치스크린을 작동하는 방식을 쓴 덕분이다.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터치 센서를 내장해 동작 속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웨이브는 오는 4월 유럽 시장에 처음 출시된 뒤 국내에도 상반기 안에 나올 예정이다. 가격은 500달러대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스마트폰 대중화 시대 연다

삼성전자는 웨이브 등을 내세워 스마트폰 생산을 크게 늘려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앞으로 맞춤형 제품을 속속 내놓아 스마트폰 가격을 크게 낮춰나갈 것"이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대를 삼성전자가 앞장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수한 계층만 쓰는 스마트폰이 아닌,누구든지 어느 곳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가격이 너무 비싸면 많은 사람이 쓸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각각의 사용자층에 맞는 제품들을 개발해 가격을 낮춰가겠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웨이브에 대해선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바다 플랫폼을 탄생시킨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된 최고의 제품"이라며 "1기가헤르츠(㎓)짜리 초고속 프로세서를 통한 빠른 인터넷 검색과 뛰어난 사용자 환경 등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 비중도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 사장은 "아직 구체적 숫자를 얘기하긴 힘들지만 비중을 늘린다는 방향성은 얘기할 수 있다"며 "첫 바다폰인 웨이브의 후속 제품들도 연이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바다폰 확산 전략으로 일반 휴대폰의 스마트폰화도 노리고 있다. 매년 2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피처폰(일반폰)에 바다 플랫폼을 속속 넣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모바일 생태계도 대폭 강화

삼성전자는 바다와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발표하며 기존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장터(삼성 앱스)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트(삼성 모바일 이노베이터) △판매자 지원 사이트(삼성 앱스 셀러) 등에 △서비스 플랫폼(바다)까지 완벽한 모바일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바다뿐만 아니라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등 OS별로 차별화한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부스에선 글로벌 모바일 게임 회사인 게임로프트의 '비행 시뮬레이션',일본 닌텐도의 '마이 베이비' 등 신종 게임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휴대폰과 TV를 무선으로 연결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멀티 디바이스' 시연도 펼쳤다. 피아노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휴대폰에 담긴 프로그램으로 연주하면 TV 화면을 통해 실제로 연주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도 소개했다.

각종 지도 등을 활용한 LBS(위치 기반 서비스) 신기술도 선보였다. 휴대폰에 탑재된 지도를 통해 친구를 찾거나 음식점 등 주변 정보를 검색한 뒤 메신저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공개했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제목,가수 등 관련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제품도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폰에 탑재된 콘텐츠를 5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프로젝터폰도 주목할 만한 제품"이라며 "글로벌 콘텐츠 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