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토익점수 삼성전자는 920점,일본 소니는 650점.'

일본의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최신호(2월27일자)는 '소니 · 파나소닉 vs 삼성'이란 특집기사에서 삼성과 소니의 과장 승진기준 토익점수를 비교했다. 소니는 직원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오는 4월부터 관리직(과장)에 승진하려면 '토익 650점 이상'을 받도록 인사규정을 바꿨다. 소니는 영국 출신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등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삼성의 글로벌화 수준은 소니를 압도한다는 게 다이아몬드의 지적이다. 삼성은 이미 2005년부터 신입사원은 토익 900점,기존 사원은 800점 이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삼성 내에서 우수 인재로 꼽히는 'A급 사원'은 토익 점수 하한선이 920점이다. A급 사원에 끼지 못하면 간부 승진이 어렵다는 점에서 과장 승진에 필요한 토익 점수는 920점으로 볼 수 있다. 소니나 파나소닉이 한국의 삼성전자에 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과장 승진 토익 점수에 숨어 있다는 게 다이아몬드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토익 점수는 승진 인사 때 가점 부여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860점 이상일 경우 0.3점을 더 준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는 삼성의 강점을 △인사제도 △마케팅 △디자인 △기술개발 △설비투자 △재무 등 6개 분야로 나눠 집중 분석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신상필벌의 인사제도다. 다이아몬드는 "삼성은 임원부터 일반 사원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를 준 뒤 달성하지 못하면 좌천 · 해고시키는 것이 다반사다. 철저한 실력주의로 파벌도 학벌도 노조도 없다"고 소개했다.

직급별 급여 격차가 큰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반 사원의 연봉은 2600만~3900만원(200만~300만엔)이지만 부장으로 승진하면 연봉은 9100만~1억400만원(700만~800만엔)으로 3배 수준으로 뛴다. 임원이 되면 평균 연 2억6000만원(2000만엔)이상,등기이사는 연 130억원(10억엔) 등으로 급여는 가파르게 오른다. 이런 '상후하박' 임금구조가 사원들의 성취 동기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 삼성은 일본의 기술자들도 공격적으로 채용,현재 약 300~500명의 소니 출신 엔지니어가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아몬드는 인사제도를 확 바꿔 놓은 주인공은 이건희 전 회장이라며 그의 인재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삼성은 '한국 최대의 인재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이아몬드는 삼성의 마케팅 실력도 높이 평가했다. 파나소닉의 2.8배에 달하는 광고비(매출액의 3%)를 지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점유율 확대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