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신학기 아동용품 · 의류 매장에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못지 않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미혼인 고모 · 이모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가정마다 하나뿐인 조카나 손자에게 줄 신학기 선물을 사려고 지갑을 선뜻 여는 것이다. 특히 조카에게 돈을 쏟아붓는 미혼 여성을 지칭하는 '골드 앤트(Golden Aunt)'는 유 · 아동용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22일 현대백화점이 올들어 이달 18일까지 책가방,운동화,아동복 등 신학기 상품군 고객들의 연령 · 성별 매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 30대 미혼여성이 13.4%로 5년 전 같은 기간(9.3%)보다 4.1%포인트 높아졌다. 30대 미혼여성은 30대 기혼남(7.7%)을 제치고 40대 기혼남(16.6%),30대 기혼녀(14.5%),40대 기혼녀(13.5%)에 이어 네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았다.

조부모 세대인 50~60대 기혼 남녀를 합친 매출 비중도 5년 전 13.6%에서 올해 20.4%로 6.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부모 세대인 20~40대 기혼 남녀의 비중은 같은 기간 65.4%에서 52.7%로 낮아졌다. 이는 부모 · 조부모 · 외조부모(6명)가 아이 하나를 위해 주머니를 터는 '식스 포켓 원 마우스(6 pocket 1 mouth)'에서 골드미스인 30대 고모 · 이모까지 가세(8명)한 '에잇 포켓 원 마우스(8 pocket 1 mouth)'로 확산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골드 앤트'로 불리는 30대 미혼여성들은 예전보다 유 · 아동 매장을 더 자주 찾고 지출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에서 30대 미혼여성 고객들이 유 · 아동 매장을 찾은 횟수는 2005년 2.8회에서 지난해 3.7회로 늘었고,구매액도 22만5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뛰었다.

방찬식 현대백화점 아동복 바이어는 "경제력을 갖춘 '골드 앤트'의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시작돼 조카나 손자들을 위한 소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