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출 기준금리 체계인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가 공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은행들이 이를 적용한 대출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를 기존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대출보다 낮출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서로 눈치보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늑장부리는 은행들

은행연합회는 지난 16일 잔액 기준 연 4.11%,신규취급액 기준 연 3.88%의 코픽스를 공시했다. 그러나 22일 기준으로 코픽스 연동 대출을 하는 은행은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두 곳뿐이다.

국민은행은 23일 열리는 재무전략협의회에서 코픽스 연동 대출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하기로 했을 뿐 구체적인 상품 출시 일정을 아직 잡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관련 상품을 내놓는다는 방침만 갖고 있다. 하나은행은 25일 출시를 목표로 금리수준과 금리변동 방식 등에 대해 최종 검토 중이다.

일부 은행들은 코픽스 연동 대출을 내놓더라도 아파트 집단대출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중 잔금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만 코픽스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주고 신한은행은 집단대출에 코픽스 대출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악화 우려

은행들이 코픽스 연동 대출에 미온적인 것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CD연동 대출보다 코픽스 대출금리를 낮추고 기존 대출자들에게 전환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은행이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은행은 지난 17일 코픽스 연동 대출을 내놓으면서 CD연동 대출보다 금리를 0.2~0.48%포인트 낮게 정했다. 지난해 신규 주택담보대출 5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절반이 코픽스 연동 대출을 받는다면 56억~134억원의 이자 수익이 줄어든다.

기존 대출자들의 경우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들만 선택적으로 코픽스로 전환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0.2~0.5%포인트씩 낮췄다"며 "여기에다 추가로 코픽스 대출금리를 낮추면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CD 연동 대출자 중 앞으로 6개월 내 코픽스 대출로 전환하는 비율이 30~50%라고 가정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최대 0.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세자금에는 적용 안 한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신용대출 등에는 코픽스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코픽스의 도입 목적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대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폭이 형식적이고 미미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지난 18일 내놓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뉴퍼스트홈론'은 금리인하폭이 최대 0.1%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고객이 금리인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거래은행을 SC제일은행으로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시기를 무작정 늦출 경우 타 은행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등 3대 시중은행의 경우 이르면 이달 말,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대출금리 인하폭과 적용대상을 정해 관련 대출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호/강동균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