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인출신들이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유럽식 직업학교인 마이스터고의 교장으로 잇따라 임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교장공모를 통해 구미전자공고를 비롯 부산자동차고,울산정보통신고 등 3개 마이스터고에 민간기업 임원 출신을 교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도 공기업 경영인 출신을 수도전기공고 교장으로 임용한 바 있다. 교육계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교장에 선임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교과부는 외부 전문가 유치를 위해 개방형 공모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비록 특수직업학교가 그 대상이지만 교육의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교장 임용이자,틀에 박힌 과거의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을 탈피(脫皮)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마이스터고는 정보통신 등 유망 산업분야의 수요에 맞는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장인(Meister)을 양성 배출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 만큼 수십년에 걸친 산업현장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추고,취업알선과 공동연구 등 산학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경영인 출신을 이번에 교장으로 영입한 것은 당위성이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웃돌지만 대학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 같은 기업경영인 출신의 교장 임용에 대한 기대는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마이스터고가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졸업생들을 기업에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개방형 공모제 도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일어난 인사비리 사건도 실상은 교장으로 승진하는 확실한 코스인 장학사가 되려는 일부 교사들의 그릇된 출세욕,폐쇄적 교장 임용 시스템에서 비롯된 병폐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마이스터고의 기업인 출신 교장선임이 공모제 확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