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고에 쌓아둔 현금이 공개(?)됐다. 전용학 조폐공사 사장이 22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은행권 사업(화폐인쇄 사업)이 부진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한은 창고에 1만원권이 10억장 쌓여 있을 정도로 재고가 차 있다"고 말한 것.전 사장은 "연간 10억장 수준을 유지하던 은행권 사업이 올해엔 절반 수준인 5억장으로 대폭 줄고 수표사업 마저 30% 가까이 감소했다"며 한은에 발권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재고가 많아 관철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고에 어느 정도의 미발행화폐(시중유통 전 단계의 화폐)를 저장하고 있는 지는 기밀사항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 사장이 말한 1만원권 10억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액의 3분의 1가량을 미발행화폐로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은이 대략 12조원 정도의 미발행화폐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화폐발행액이 37조3000억원이란 것을 감안해 추산한 것이다. 한은의 화폐발행액 가운데 1만원권은 지난해 말 기준 23조2000억원 수준이어서 한은이 금고에 갖고 있는 미발행 1만원권은 7조7000억원어치,즉 7억7000만장가량으로 추산된다. 나머지는 5만원권 6600만장(3조3000억원어치),5000원권 6600만장(3300억원어치),1000원권 4억장(4000억원어치) 등으로 추정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