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참여자들의 고민이 깊어 지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와 중국의 긴축전환, 유럽발(發)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의 여진이 여전한 가운데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치 수준을 보이면서 약해진 체력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증시의 유일한 구원투수인 외국인 매수세도 둔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금비중 확대를 권고하는 의견이 늘고 있는 것만 봐도 현 장세 대응이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증시가 하락 마감한 데다 1630~1640선에 몰려있는 60일·120일 이동평균선의 기술적 저항선에 부딪히며서 더이상 치고 나가지 못하고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전날 3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지난주말 급락분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이후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심상찮은 외국인 매수세 둔화

제한적이지만 이날 6거래일만에 매도세로 전환한 외국인들의 매매 태도도 심상치않다.

외국인들이 전날까지 닷새 연속 9200억원을 순매수했고, 대외 악재와 두바이홀딩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루머로 지수가 급락한 지난주말에도 매수에 가담하면서 한때 기조적 매수 전환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내외 변수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로 인해 당분간 외국인들의 행보에 굴곡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세계 투자자금의 최대 공급처 중 하나인 미국의 유동성(M2)이 하락 반전된 가운데 출구전략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일시적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실질 유동성을 대표하는 M2의 하락반전은 미국 경기선행지수의 정점 통과(peak out)가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경기선행지수의 구성 항목 중 M2의 가중치가 35%로, 단일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선행지수가 이미 하락 전환한데 이어 곧이어 진행될 한국과 미국 경기선행지수의 하락 반전은 증시의 반등 탄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스권 염두에 둔 안전운행 구간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계제로' 상황에서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내외 변수 흐름을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서는 것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투자심리 속에서는 악재나 호재 모두 손바닥 뒤집기처럼 재료로써의 강도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미국증시가 상승 피로감과 단기 기술적 지표의 과열권 진입 등으로 탄력둔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내달초 발표되는 경기선행지수의 결과에 따라 경기나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는 더욱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모멘텀 둔화가 확연해지는 국면에서 주가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만큼 저항 영역인 코스피지수 1630~1640선 진입 시 추격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상필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인 진통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올 하반기 실적장세에서 연 30%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 현금 비중을 늘려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