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일자리 없나요? 해외 인재들 줄줄이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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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의 김현욱 거시경제 연구부장은 지난달 경제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채용하기 위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로 날아갔다. 전미경제학회는 스탠퍼드 하버드대 등을 졸업한 인재들이 모이는 보고(寶庫)다. 김 부장은 채용상담을 하던 중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한국인 응시자들이 "KDI에서 일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구직 의사를 밝혀온 것."미국에서 직장을 구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한국행"이라던 지난해 초 분위기와 180도 달랐다.
해외에서 활동해온 한국 인재들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 외국인 일자리가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미국이나 홍콩 등과 달리 한국의 고급인력 채용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학계와 로펌,금융권은 갑작스레 찾아온 '인재 풍년'을 맞아 계획보다 20% 더 뽑는 곳도 생겼다.
◆美경제학 박사들 "뽑아만 주세요"
변화를 가장 먼저 실감한 곳은 학계다. 미국에서 새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채용 박람회 성격을 띠는 전미경제학회에 다녀온 삼성 · LG · 현대경제연구소 등 국내 연구소 관계자들은 "공급자(구직자) 주도에서 수요자(채용기관) 주도 시장으로 판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그간 미국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학자가 되거나 국제기구 혹은 현지 기업 취직을 원했고 한국행은 후순위였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소위 스펙이 굉장히 좋은 구직자들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국생활을 하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KDI 김 부장은 "전에는 상대적으로 연구 깊이가 얕은 구직자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석학급에 해당하는 지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신규 박사 채용을 맡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박사도 "국내 기업 · 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연구조건이 전에 비해 크게 좋아진 데다 소득세를 많이 내고 물가가 비싼 미국에 비해 연봉 · 복리후생도 괜찮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질의 구직자가 늘자 국내 학계에서는 당초 예정했던 인원보다 추가로 인원을 뽑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전년보다 20% 인원을 더 뽑기로 했다. KDI나 삼성경제연구소도 작년보다 인원을 더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 성장 · 연봉차이도 크지 않다"
금융권과 로펌 등도 고급 인재들을 속속 빨아들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스탠퍼드대 통계학 석사나 금융공학 석사 등 투자은행(IB) 관련 인재들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진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은 "최근 해외 MBA 출신들을 현지 인터뷰해 보니 작년엔 '직장을 골라가던' 졸업자들이 올해는 '한국에 꼭 취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작년엔 4명밖에 채용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10명 넘게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홍콩 등 아시아권 금융중심지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과 해외 금융권 인재들을 연결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감독원 산하기관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등록한 구직자들은 작년 9월 말 114명에서 22일 기준 138명으로 증가했다.
로펌들도 인재 풍년에 신바람이 났다. H로펌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에서 톱10 안에 드는 로스쿨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구직자들이 국내 로펌에 들어오는 경우가 상당히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국내 · 외 기업 간에 연봉 차이가 크지 않고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변호사 등 고급인력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국내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그는 해석했다.
인사컨설팅사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사장은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는 경우가 최근 부쩍 증가했다"며 "홍콩 싱가포르 시장이 나쁜 탓도 있지만 한국의 평판이 높아진 게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해외에서 활동해온 한국 인재들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 외국인 일자리가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미국이나 홍콩 등과 달리 한국의 고급인력 채용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학계와 로펌,금융권은 갑작스레 찾아온 '인재 풍년'을 맞아 계획보다 20% 더 뽑는 곳도 생겼다.
◆美경제학 박사들 "뽑아만 주세요"
변화를 가장 먼저 실감한 곳은 학계다. 미국에서 새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채용 박람회 성격을 띠는 전미경제학회에 다녀온 삼성 · LG · 현대경제연구소 등 국내 연구소 관계자들은 "공급자(구직자) 주도에서 수요자(채용기관) 주도 시장으로 판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그간 미국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학자가 되거나 국제기구 혹은 현지 기업 취직을 원했고 한국행은 후순위였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소위 스펙이 굉장히 좋은 구직자들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국생활을 하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KDI 김 부장은 "전에는 상대적으로 연구 깊이가 얕은 구직자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석학급에 해당하는 지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신규 박사 채용을 맡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박사도 "국내 기업 · 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연구조건이 전에 비해 크게 좋아진 데다 소득세를 많이 내고 물가가 비싼 미국에 비해 연봉 · 복리후생도 괜찮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질의 구직자가 늘자 국내 학계에서는 당초 예정했던 인원보다 추가로 인원을 뽑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전년보다 20% 인원을 더 뽑기로 했다. KDI나 삼성경제연구소도 작년보다 인원을 더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 성장 · 연봉차이도 크지 않다"
금융권과 로펌 등도 고급 인재들을 속속 빨아들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스탠퍼드대 통계학 석사나 금융공학 석사 등 투자은행(IB) 관련 인재들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진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은 "최근 해외 MBA 출신들을 현지 인터뷰해 보니 작년엔 '직장을 골라가던' 졸업자들이 올해는 '한국에 꼭 취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작년엔 4명밖에 채용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10명 넘게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홍콩 등 아시아권 금융중심지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과 해외 금융권 인재들을 연결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감독원 산하기관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등록한 구직자들은 작년 9월 말 114명에서 22일 기준 138명으로 증가했다.
로펌들도 인재 풍년에 신바람이 났다. H로펌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에서 톱10 안에 드는 로스쿨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구직자들이 국내 로펌에 들어오는 경우가 상당히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국내 · 외 기업 간에 연봉 차이가 크지 않고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변호사 등 고급인력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국내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그는 해석했다.
인사컨설팅사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사장은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는 경우가 최근 부쩍 증가했다"며 "홍콩 싱가포르 시장이 나쁜 탓도 있지만 한국의 평판이 높아진 게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