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연산군 때 조성된 불상에서 현존 최고(最古)의 고려인삼(사진)이 발견됐다.

한국전통문화학교 부설 전통문화연수원은 23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발표회를 갖고 "부산 원광사에 봉안돼 있던 높이 67㎝의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보존처리하던 중 보살상 내부에서 발원문과 개금문(改金文),고려시대에 재배된 인삼 등 47종의 복장물(腹藏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장물이란 불상을 만들 때 가슴 쪽 내부에 넣어두는 경전과 책 등의 공양물로,이 보살상에서는 황동팔엽함((黃銅八葉盒),청겨자씨,대마,볍씨,여러 가지 직물류 조각과 각종 보석,유리제품 등이 다양하게 발견됐다.

발원문에 따르면 이 보살상은 원래 1502년(연산군 8년)에 조성돼 평안도 천성산 관음사에 모셔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1364년(공민왕 13년)에 동(銅)으로 만든 아미타삼존불을 관음사에 모셨으나 이 중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도적에 의해 손상되자 전 흥교사 주지 도유 스님이 나무로 제작했다는 것.

보살상의 수종을 분석한 결과 얼굴과 몸체는 소나무,팔과 다리는 은행나무로 만들어진 데다 뒷면 머리카락의 표현방식 등이 특이하다고 연수원 측은 설명했다. 또 개금문에는 1706년 보살상을 개금한 내용과 고려말에서 조선후기까지 이 보살상에 얽힌 역사가 상세히 기록돼 있어 불상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연수원은 "불상의 몸체 부분 육송은 연대가 1335년으로 밝혀져 현전 목조불상 가운데 매우 오래된 것에 속하며 각기 다른 목재를 조합해 조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고려 및 조선 초기 불상 조성 과정과 불교 신앙풍습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 "복장유물 가운데 인삼에 대해 서울대 가속기질량분석기(AMS)를 이용해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5~6뿌리는1060~10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 적어도 고려시대에 재배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나락과 같은 곡물류가 복장에서 나온 적은 있지만 고려인삼이 발견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인삼은 현존 최고의 것으로 판단된다고 연수원은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