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2일 첫 출근길에 헬기를 탔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가 아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로 가기 위해서였다. 신임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첫 출근지로 집무실 대신 조선회사를 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울산에서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고 생산현장도 둘러봤다. 이어 거제로 이동,배석용 삼성중공업 사장(조선소장)과 함께 조선소 현장을 방문했다.

그동안 '갑을(甲乙)관계'처럼 여겨져온 철강 · 조선업계 간의 벽을 허물고 고객 중심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다. 창사 이래 첫 감산을 단행할 정도의 시황 악화 속에서 고객만족 경영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는 CEO의 굳은 의지가 돋보인다는 업계 평가가 나왔다.

취임 직후 정 회장의 고객사 방문은 '생색내기용'이 아니었다. 이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LG전자 평택공장 등 전국 각지의 고객사를 누볐다. 고객사를 찾아 수요 현황을 직접 파악하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이례적 행보를 거듭했다.

취임 때 첫 출근지를 조선사로 정한 이후 1년 동안 찾은 고객사만 지금까지 총 19곳에 이른다. 삼성전자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귀뚜라미보일러,CT&T 등 중견업체까지 훑었다. 포스코를 바라보는 고객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딱딱한 독점 철강기업 이미지는 어느새 고객과의 상생 경영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바뀌었다.

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고객사를 돌아봤듯이 앞으로도 설비 및 자재 공급사를 포함해 업체들을 더 찾을 계획"이라며 "회사의 이익과 고객사의 신뢰가 상충하면 이익을 버리고 신뢰를 얻자는 게 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사와의 소통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경영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호주 출장길에 올라 현지 경제인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1년 동안 미국,유럽,중남미,인도 등 10여개국을 다녔다. 세계 최대 니켈 광산으로 유명한 뉴칼레도니아에서 의회 연설을 하고 두 번에 걸친 인도 방문길에서는 만모한 싱 총리를 예방해 포스코의 인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적극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민간외교 활동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올해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포럼'에 참석해 직접 회사를 알린 뒤 처음으로 포스코 지분을 갖고 있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도 만났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