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기업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중 자금이 기업 투자 등 생산활동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 대출이 어느 한 부문에 집중될 경우 잠재적 부실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사의 기업대출 잔액이 71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보다 7조4000억원(1.0%) 감소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기업대출 잔액이 전 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0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부문별로는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이 모두 줄었다. 전 분기 말과 비교해 대기업 대출은 4조6000억원(5.6%),중소기업 대출은 4조1000억원(0.9%) 감소했다. 기업들이 연말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을 많이 갚은 데다 은행들도 지난해 말 금융감독 당국의 지도에 따라 부실채권 비율과 대율을 낮추면서 대출을 줄였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대출이 감소했다. 제조업 대출은 2조8000억원(1.3%),건설업 대출은 5조7000억원(8.4%) 줄었다. 서비스업 대출은 2조2000억원(0.6%) 늘었지만 이 중 도소매업(1.2%)과 숙박 · 음식점업(0.6%)은 대출이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55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보다 12조1000억원(2.2%)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매분기 10조원 이상 늘고 있다.

은행 대출이 한 부문에 집중되면 은행의 부실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이날 '우리나라 은행 대출의 군집행위에 대한 실증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 대출에 쏠림 현상이 심각해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은연구소는 "국내 은행들은 다른 은행의 대출 행태를 따라하는 경향이 높다"며 "어느 한 쪽에 대출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연구소는 제조업의 경우 2~3분기,건설업과 도소매업은 4~6분기의 시차를 두고 쏠림 현상이 부실 증가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대출 쏠림 현상이 장기적으로 '집단 실패'를 초래해 개별 은행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각 은행의 특성에 맞는 대출 전략을 수립해 쏠림 현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산은연구소 경제조사팀장은 "은행들이 차별성 없이 같은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면 실물경제 지원 기능이 약해진다"며 "고객군을 넓히고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강동균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