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이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사모 방식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주주와 BW에 투자하는 기관 간 '지분 나눠갖기'가 이뤄지면서 개인 소액주주들이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는 데다 향후 주식물량 확대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가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BW 발행을 결정한 공시 58건 중 사모발행이 46건으로 80%에 육박한다.

특히 이 가운데 최대주주 측이 BW의 신주인수권을 절반 이상 되사겠다고 밝힌 기업은 지난달 6일의 팬엔터테인먼트부터 지난 22일의 삼화네트웍스까지 11곳에 달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신주인수권을 최대주주 측에 되팔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최대주주도 자금을 조달하면서 지분율까지 늘릴 수 있어 이 같은 방식의 BW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대개 납입일 당일 이뤄지는 신주인수권증권 매각은 액면금액의 5~10% 수준에서 이뤄진다.

대주주와 기관 사이에 지분 나눠갖기가 이뤄지면서 소유 주식수에 비례해 신주를 배정받을 주주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 측이 신주인수권의 절반을 되사들이겠다고 공시한 삼화네트웍스 등 11개사 모두 BW 발행을 전후해 적게는 1.0%에서부터 많게는 12.7%까지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가의 지분까지 고려하면 소액주주의 지분은 더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개인 소액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나 공모를 통해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데도 회사 측이 사모 BW 발행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과 9일 각각 BW 150억원어치를 발행한 서희건설웰크론의 인터넷 주식사이트 주주게시판엔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지도 않으면서 주기적으로 BW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들을 무시하는 처사"(neiodea86),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가 아닌 BW 발행을 선택했다"(필5)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일부 기업은 3자배정 유상증자 및 CB 발행으로 떨어진 대주주 지분율을 BW 발행을 통해 회복시키기도 한다.

지분율 하락과 향후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 탓에 BW 발행을 고려한다는 소문만으로 주가가 빠지는 사례도 나온다. 발광다이오드(LED) 웨이퍼 제조업체인 코스닥시장의 일진디스플레이는 설비투자를 위해 BW를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며 지난 주말 이틀 동안 13.58% 급락했다.

이에 따라 사모 BW 발행 남발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장사 표준정관에서 3자배정 신주발행 한도를 20%로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기업은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법무부에서 유권해석을 내려 상장사의 제도 개선을 이끄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관리체계가 더 꼼꼼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부터 BW 발행 공시 때 '신주인수권에 관한 사항' 항목을 추가해 신주인수권 가치와 매각계획을 기재토록 하고 있지만 의무 공시사항이 아니라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