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뚝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4일 전국 도시지역 2166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2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1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의 113보다 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CSI는 100을 웃돌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CSI는 지난해 10월 117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113으로 떨어졌고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113을 유지하다 이달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판단 CSI는 99로 전월의 105보다 6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7월(96) 이후 7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왔다. 향후 경기 전망 CSI도 110으로 전월 대비 9포인트 하락해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대됐다. 기준치는 웃돌았지만 하락폭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6개월 후의 생활형편을 묻는 생활형편 전망 CSI는 104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수입 전망 CSI와 소비지출 전망 CSI는 각각 102,111을 기록해 전월 대비 1포인트씩 떨어졌다. 앞으로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취업기회 전망 CSI는 98에서 95로 3포인트 하락했다.

정귀연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의 재정 위기와 국내 실업률 상승 등이 소비자들의 경기 판단에 영향을 줬다"며 "하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선을 웃돌고 있기 때문에 소비 심리는 여전히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어려워져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늘어났다. 주식가치 전망 CSI는 95로 전월의 106보다 11포인트 떨어지면서 지난해 3월(7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주택 · 상가가치 전망 CSI는 107에서 106으로,토지 · 임야가치 전망 CSI는 107에서 105로 각각 하락했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전월의 3.1%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한편 고용 부진에 겨울 한파까지 겹쳐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의 2월 경기신뢰지수도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단체인 컨퍼런스보드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6으로 전달(56.5)보다 10.5포인트나 급락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다. 시장 예상치(55)도 크게 밑돌았다. 6개월 후의 상황에 대한 기대지수는 전달의 77.3에서 63.8로 떨어졌다. 린 프랭코 컨퍼런스보드 리서치센터 소장은 "경기와 고용에 대한 우려가 현재의 상황 지수를 2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소비자들은 수입 전망에 관해 극단적인 비관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민간경제연구소 Ifo가 발표한 독일의 2월 기업신뢰지수도 95.8에서 95.2로 떨어졌다. 11개월 만의 하락세다. Ifo는 기업신뢰지수 하락이 소매 부문의 부진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강동균/박성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