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종목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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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세리는 대전 유성초등학교 시절 육상 단거리 선수였다. 1991년 갈마중학교 진학 후 종목을 허들과 투포환으로 바꿨다. 그러다가 골프로 전향해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으로 진출,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한국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인 첫 미국 PGA투어 정규멤버인 최경주는 초등학교 때 축구 씨름 투창 등 여러 종목을 전전하다 완도중학교에서 역도선수로 발탁됐다. 13살 때 자신의 몸무게보다 세 배나 무거운 150㎏짜리 바벨을 들기도 했으나 완도수산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골프채를 잡았다. 비교적 늦은 전향이었지만 재능과 노력이 어우러져 한국 남자 골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양용은도 보디빌딩을 하다 19세에 골프로 방향을 틀어 US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하는 신화를 일궈냈다. 중학교 때 야구선수였던 서장훈은 농구로 종목을 변경해 대성했고 미국 프로농구 스타 야오밍은 수구선수 출신이다. 모두 재능을 뒤늦게 알아채고 종목 바꾸기란 승부수를 띄워 성공한 케이스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리스트 이승훈이 24일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6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여서 기적에 가깝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승훈은 한때 쇼트트랙 유망주로 꼽혔으나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도중 넘어져 탈락하고 말았다. 잠시 방황하다 종목을 바꾼 후엔 '더 잃을 게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하루 50000m씩 스케이팅을 하는 극한훈련 끝에 대표로 발탁됐고,결국 세계정상에 섰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초 · 중 · 고를 거치면서 누구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어려서부터 재능을 알아보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모가 자식의 장래를 예단하는 것이다. 소질이나 취향에 상관없이 의사 법관 교수 등으로 못을 박고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직을 했다가도 적성에 안맞아 고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이유다.
이승훈의 어머니 윤기수씨는 "종목을 바꾼다는 말에 많이 걱정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부모가 원하는 분야에서 딱 부러지는 재능이 안보이면 본인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죽어라 노력하고,뭔가를 이뤄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한국인 첫 미국 PGA투어 정규멤버인 최경주는 초등학교 때 축구 씨름 투창 등 여러 종목을 전전하다 완도중학교에서 역도선수로 발탁됐다. 13살 때 자신의 몸무게보다 세 배나 무거운 150㎏짜리 바벨을 들기도 했으나 완도수산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골프채를 잡았다. 비교적 늦은 전향이었지만 재능과 노력이 어우러져 한국 남자 골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양용은도 보디빌딩을 하다 19세에 골프로 방향을 틀어 US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하는 신화를 일궈냈다. 중학교 때 야구선수였던 서장훈은 농구로 종목을 변경해 대성했고 미국 프로농구 스타 야오밍은 수구선수 출신이다. 모두 재능을 뒤늦게 알아채고 종목 바꾸기란 승부수를 띄워 성공한 케이스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리스트 이승훈이 24일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6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여서 기적에 가깝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승훈은 한때 쇼트트랙 유망주로 꼽혔으나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도중 넘어져 탈락하고 말았다. 잠시 방황하다 종목을 바꾼 후엔 '더 잃을 게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하루 50000m씩 스케이팅을 하는 극한훈련 끝에 대표로 발탁됐고,결국 세계정상에 섰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초 · 중 · 고를 거치면서 누구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어려서부터 재능을 알아보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모가 자식의 장래를 예단하는 것이다. 소질이나 취향에 상관없이 의사 법관 교수 등으로 못을 박고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직을 했다가도 적성에 안맞아 고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이유다.
이승훈의 어머니 윤기수씨는 "종목을 바꾼다는 말에 많이 걱정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부모가 원하는 분야에서 딱 부러지는 재능이 안보이면 본인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죽어라 노력하고,뭔가를 이뤄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