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재정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PIGS(포르투갈,아일랜드 ·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제대로 된 적자 감축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내부 저항에 휩싸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 4대 은행 신용등급을 전격 하향 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에서 파업이 일어나는 등 '내핍 경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공공 및 민간 노조는 24일 예정대로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무원 50만명을 포함,200여만명이 정부의 임금 삭감 조치와 세금 인상 등에 반발해 파업에 가담했다. 그리스 노조 측은 "시장과 이윤보다 그리스인들의 삶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에서도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정부의 임금 동결 방침에 항의,다음 달 4일 24시간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스페인에선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의 일환으로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연장하려 하자 23일 밤 늦게까지 마드리드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이처럼 PIGS 국가들의 위기 해소 노력이 난관에 봉착하자 피치는 23일 내셔널뱅크 오브 그리스와 EFG유로뱅크 에르가시아스,알파뱅크,피레우스뱅크 등 그리스 4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씩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긴축 재정으로 그리스 은행들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등급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FT는 전문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그리스 지원에 난색을 표했던 독일마저 유로화의 안정성 문제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그리스에 대한 재정 원조는 없을 것이라는 당초 입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구제금융 지원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 등 핵심 유로존 국가들과 그리스 간 '치킨 게임'에서 승자는 결국 그리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