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실직자 무료 직업교육 대신 실시하는 '직업능력개발계좌제'가 다음 달로 실시 1년을 맞는다. 그동안 22만여명이 신청해 13만명가량이 교육을 받는 등 빠르게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강생들이 인기 직종에만 몰려 상당수 교육과정이 개점휴업 상태로 남는 등 보완점도 적지 않다. 특히 구직보다는 취미 활동을 위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부 예산이 개인의 '취미 개발'에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노동부에 따르면 직업능력개발계좌제 카드 발급자는 현재 22만명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6만명이 신청해 9만명이 교육을 받았다. 노동부가 작년 예산으로 잡아놓은 4만명분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직업능력개발계좌제는 직업 교육을 정부가 2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수강생은 전체 교육비의 20%를 부담하는 제도다. 수강생이 직접 학원을 찾아 등록하고 정부가 발급해준 카드로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획일적인 실직자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개인 관심과 기호에 따라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맡기다 보니 교육 과정이 편중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전체 24개 훈련분야 중 경영회계 사무관리(26%),문화 예술 디자인 방송 관련직(16%),미용 숙박 여행 오락 스포츠(12.7%),음식 서비스 관련직(20%) 등 4개 분야에 수강생의 75%가 몰렸다. 반면 화학 관련직(17명)과 경비 및 청소 관련직(161명) 등은 수강률이 0.1%에도 못미쳤다.

게다가 실제 구직보다는 취미 생활을 위해 강의를 듣는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제빵사,커피 바리스타,요리과정,실내인테리어,메이크업,네일아트 등에는 주부 등 사실상의 비경제활동인구들이 몰리는 양상이다. 한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가정주부들이 단체로 와서 요리과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며 "바텐더나 커피 바리스타 과정에서도 취업이나 창업 관련 사항보다는 칵테일과 커피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소프트웨어 전문 학원 관계자는 "자신의 블로그나 개인홈페이지 운영 등에 활용하기 위해 포토샵,디지털사진편집 등 과정을 수강하는 젊은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바텐더 과정의 경우 2개월간 110만원이 들지만 직업능력개발계좌제를 활용할 경우 본인 부담은 22만원이다. 네일아트 과정은 수강료 60만원 중 12만원만 내면 된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가 사전 상담을 통해 실제 구직 의사 등을 체크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발급이 거부되는 사례는 5%에도 못미친다. 이 때문에 직업능력개발계좌제가 내년에 재직자로까지 확대되면 직장인들의 취미 개발에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