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태양전지 기업인 신성홀딩스의 충북 증평 공장은 휴일에도 100% 돌아가고 있다. 이 회사가 올 들어 이달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수주한 물량 규모는 총 840여억원어치.이미 작년 전체 수주물량(680억원)을 23.5% 초과했다.

국내 태양전지업계가 글로벌 주문이 몰려들면서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최근 미국 중국 인도 등 각국 정부가 잇달아 태양광 발전 육성책을 내놓고 있어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초부터 추락세를 보여왔던 태양전지 가격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독일발(發) 주문 폭주

신성홀딩스 관계자는 "연간 100㎿ 규모의 공장을 야간까지 가동해야 겨우 주문을 맞출 수 있다"며 "태양전지 샘플을 요청하는 해외 신규거래 업체에 보낼 물량도 달릴 정도"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미리넷솔라 STX솔라 등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과 한두달 사이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1,2월 주문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태양전지 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독일의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금 축소를 꼽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시장인 독일은 태양광업계의 자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이르면 5월부터 태양광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태양광 발전차액을 15~25% 줄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을 더 받으려는 현지 사업자들이 서둘러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 국내 태양전지 수출량의 절반 이상이 독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가부담 하락 등 수익성 개선

현재의 시장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독일 특수'에 따른 반짝 호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태양광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은 작년 하반기부터 경쟁적으로 태양광 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지급 및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 시장조사기관인 포톤컨설팅은 올해 선진국들의 태양광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세계 태양광시장 규모가 135조여원(설치용량 23.3GW)으로 2007년(27조여원,3.9GW)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기업들은 원가 부담에 대한 우려도 덜고 있다. 태양전지의 핵심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가격(장기계약 물량 기준)은 작년 말 ㎏당 60달러대에서 4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공급과잉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태양전지 가격도 작년 10월 이후 와트(W)당 1.25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사업 진출 잇따라

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들이 태양전지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국내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120㎿급 생산라인을 구축했고,한화석유화학도 지난 달 30㎿ 공장의 양산체제를 갖췄다. 삼성은 최근 18~19%대의 광변환효율(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비율)을 갖는 고효율 태양전지를 공개하는 등 시장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태양전지 사업 참여로 업체간 전지 효율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태양광산업 육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 단가에서 일반 화력 · 수력 전력 단가를 뺀 차액을 보조금 형태로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