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총괄 대표 부회장(사진)은 24일 "삼성생명 보유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해 투자 확대나 수익성 개선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날 JP모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최고경영자(CEO) 컨퍼런스'에 참석,올 상반기 상장 예정인 삼성생명 주식 활용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주식 271만4400주(지분율 13.57%)를 보유해 이건희 전 삼성 회장(20.76%)과 삼성에버랜드(19.34%)에 이은 3대 주주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는 현재 장외시장 평가금액이 100만원 이상임을 감안할 때 2조7000억원 정도"라며 "공모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유 주식 일부가 구주매출에 포함되도록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주매출은 기업공개(IPO) 시 신주 발행 대신 대주주 보유 지분을 일반인에게 파는 것이다. 그는 "상장 후 주가 안정을 위해 보호예수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예수 종료 후에도 적정 주가 범위 안에서 일부 주식을 매각해 투자 재원으로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지분 매각 방침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매각 규모 등은 협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일부 매각대금 등으로 올해 모두 80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보다 9.1% 증가한 13조9000억원의 매출과 9.9% 증가한 1조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개장한 부산 센텀시티점과 영등포점이 올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백화점 부문 매출은 올해 18.1%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 매각 방침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생명 지분이 분명 좋은 자산이긴 하지만 신세계 입장에서는 저수익 자산이었다"며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일부를 부채 상환에 쓰더라도 주가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말 현재 신세계의 총차입금 규모는 4조3500억원으로 추정돼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태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지분 매각 대금으로 신규 투자나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신세계 주가는 전날과 같은 52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송태형/김동윤 기자 toughlb@hankyung.com